테슬라가 3년만의 신차인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을 30일(현지 시각) 고객에게 첫 인도하며 픽업 트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 차는 테슬라가 3년 만에 내놓는 신차인데다 파격적인 디자인 등으로 최근 주춤한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100만명 이상이 이 차를 사전 예약하고 구매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 사이버트럭 출시는 테슬라에 있어서 연 250만대 안팎에 이르는 수익성 높은 시장인 픽업 트럭 분야에 진출한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다루기 어려운 스테인리스강 합금 소재로 차를 만드는 등 생산에 오랜 시간이 걸려 실제 테슬라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테슬라 등에 따르면 2025년부터 인도가 가능한 사이버트럭 후륜구동 모델의 시작 가격은 6만990달러(약 7935만원)다. 하지만 내년에 받을 수 있는 사륜구동 모델과 가장 고급 모델인 ‘사이버비스트’(Cyberbeast)의 시작 가격은 각각 7만9990달러(약 1억407만원), 9만9990달러(약 1억3천9만원)에 이른다. 일론 머스크는 2019년 11월 4만달러에 이 차를 팔겠다고 했지만 최소 가격 기준 약 50%가 비싸진 것이다.
다만 경쟁자인 포드나 GM, 리비안 등의 전기 트럭과 비교하면 평균 정도 가격수준이다. 리비안의 R1T 픽업은 약 7만3000달러부터 시작하고 포드 F-150 라이트닝의 가장 저렴한 버전도 5만달러부터다.
일론 머스크는 이날 사이버트럭을 타고 행사장에 나타나 “전문가들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트럭을 만들었다”면서 “마침내 미래가 미래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 트럭은 길이가 5683mm에 5명이 탈 수 있고 3424L 적재공간을 지녔다. 무게가 3톤이다. 4륜구동 기준 멈춘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3초에 달린다.
차체를 단단한 스테인리스강 합금 소재로 만든 ‘방탄 차’라는 점도 강조한다. 머스크는 007영화인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나오는 자동차로 잠수함을 개조한 모습에서 부분적으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테슬라는 이날 고객 인도 행사에서 총알을 차체에 쏴서 끄떡없는 장면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차는 페인트 칠도 하지 않는다. 소재가 부식에도 강하기 때문이다. 우주선에서도 이런 소재가 쓰인다. 이제껏 자동차 업계에서 스테인리스 스틸을 차체로 쓴 업체는 영화 ‘백투더퓨처’에 등장하는 ‘드로리안’을 제작했던 DMC 1곳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1만대도 되지 않는 차량을 생산하다 비용 문제로 파산했다.
그래서 독특한 소재만큼 생산이 문제다. 테슬라는 연 25만대 생산이 가능해지는게 2025년이라고 했다. 스테인리스강 합금을 레이저로 절단해 차체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품질을 유지하는 데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예약 고객이 많아도 차를 출고해주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연 수만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이때문에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실적 발표 때 “(사이버트럭으로) 우리가 우리 무덤을 팠다”고 말하는 등 생산에 대한 부담을 고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