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12년 만에 역대 수출 기록을 다시 세우면서 5일 제60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나란히 ‘수출의 탑’을 받게 됐다. 이 상은 한 회사가 자기가 가진 수출 기록을 50억달러(6조5300억원) 단위로 경신할 경우 받는다. 현대차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년간 310억2000만달러, 기아는 234억8000만달러 규모 자동차를 수출했다. 두 회사가 총 545억달러(71조1225억원) 외화를 벌어들인 것이다. 이는 지난 11월까지 최근 1년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6299억달러)의 약 8.7% 규모다. 올해 수출 주력 품목 중 하나였던 반도체가 부진하고 지난 5월까지 무역수지가 15개월 연속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수출 최전선을 지켜낸 셈이다. 현대차·기아는 수출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2년 연속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 ‘톱3′가 유력하다. 내년 전망도 나쁘지 않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수요 위축 여파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동차 회사에 큰 부담이었던 고금리가 내년 하반기쯤 해소되고, 아세안 등 신흥국의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가 비싼 친환경·SUV 인기에 고물가 겹쳐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작년 7월에서 올 6월까지 수출액이 이전 같은 기간보다 30% 급증했다. 최근 주요 지역에서 SUV와 전기·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커진 게 영향을 줬다. SUV와 친환경차는 같은 급의 내연기관 차와 비교하면 1000만~2000만원 안팎 비싼데 이런 차들이 많이 팔리면서 수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2012년 수출액 200억달러를 돌파해 수출의 탑을 받은 후 작년까지 250억달러 벽을 넘지 못하다가 올해 곧바로 300억달러를 넘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의 경우 현대차·기아는 1~11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늘어난 151만579대를 팔았다. 이 중 SUV·미니밴 등 RV(레저용 차량) 비중이 70%를 웃돌고,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비중도 17%에 이른다. 지난달에도 현대차 SUV 투싼,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V80 등 대표 SUV 모델이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유럽에서도 1~10월 판매량이 약 94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었다. 신흥 시장인 아세안에서도 현대차·기아 판매량이 2018년 11만3700여 대에서 작년 21만대로 늘었는데, 올해도 이와 비슷한 판매량이 예상된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해외 판매가 꾸준하게 늘고 있는 데다, 최근 이어진 글로벌 고물가 여파로 차량 가격이 오른 것도 현대차·기아 제품 가격을 높여 수출 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 효과 기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내년 미국·유럽 수요가 올해보다 더 회복되고 하반기 선진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면서 한국 자동차 수출이 올해보다 1.9% 늘어난 275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액도 올해보다 3.9% 증가한 715억달러로 예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올해도 친환경차 수출은 1~10월 59만8826대로 32.9% 늘어나며 내연기관차 수출 증가세를 크게 앞질렀다. 전기차의 경우 올해는 수요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내년 중저가 중소형 전기차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판매량이 반등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높아진 친환경차 관심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로 옮겨지는 것도 호재다. 현대차·기아도 이런 점을 감안해 중소형 전기차인 EV3, EV4를 내년 출시하고 차세대 하이브리드 개발도 늘릴 계획이다. 고급 전기차 ‘아이오닉7′도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