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국타이어그룹인 한국앤컴퍼니그룹에서 약 3년 만에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이 또 벌어졌다. 조양래 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53) 고문과 차녀 조희원(56)씨가 동생이자 차남인 조현범(51) 현 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뺏겠다고 공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까지 장남 측에 가세하면서 재계 순위 47위이자 올해 연 매출 9조원 안팎인 글로벌 6위 타이어 제조사가 또다시 내홍에 빠졌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 2020년 6월 자기가 갖고 있던 지주사 지분을 모두 차남 조현범 현 회장에게 넘기며 그를 후계자로 공식 지목했다. 조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하다. 당시 장남과 장녀 조희경(57)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등이 강하게 반발하며 “아버지의 정신 건강을 검증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까지 냈는데, 이번에 또 분쟁이 생긴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가족 분쟁에 사모펀드까지 가세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지분 42.03%를 가진 최대 주주 조현범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주사 지분 가운데 과반 우호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빼앗아오겠다는 것이 장남 측과 MBK 측 계산이다.

5일 MBK 측은 공시를 내고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1주당 2만원에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공개 매수란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특정 기업의 주식을 주식시장 외에서 매수하는 적대적 인수·합병 방식이다. MBK 측은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씨가 가진 지분 29.54%에다 기관·개인 투자자 등으로부터 지분 20.35~27.32%를 추가로 사들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특히 경영권을 가져온 뒤 회사 운영은 MBK가 주도하기로 했다. 이사회에 과반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권리도 MBK가 갖는다.

지난 2021년 2월 조현식 당시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부회장은 “회사의 명성에 누가 될 수 있는 경영권 분쟁 논란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내겠다”며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그해 말 조현범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조현범 회장이 지난 3월 200억원대 횡령, 배임과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을 계기로 상황이 바뀌었다. MBK 측은 “경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고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공 가능성은? 주가 교란 우려도

주식시장에서는 MBK의 경영권 확보가 성공할지 미지수란 반응이 많다. 공개 매수로 20% 이상의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이 회사 주식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게 전체의 27% 안팎에 그친다. 이 주식 대부분을 사들이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거기다 지분이 42% 넘는 조현범 회장이 지분 8%만 더 확보하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특히 이날 한국앤컴퍼니의 기존 주주 중 하나인 hy(한국야쿠르트)가 수십억원 규모 주식을 매입한 게 알려지면서, hy가 조현범 회장 편이라는 반응이 일각에서 나왔다. hy 측은 “단순 투자 목적일뿐 경영권과 무관하다”고 했다.

이 분쟁이 시장 교란을 부른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공개매수 발표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 1일 5.5%, 4일엔 9%씩 큰 폭으로 올랐다. 수상한 주가 흐름이란 지적이다. 공개매수 발표 이후엔 상한가(29.9% 상승)를 기록하며 2만1850원으로 올랐다. 또 공개 매수 조건은 1주당 2만원인데 주가가 이를 계속 웃돌 경우 MBK가 공개매수액을 올리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