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외국 자동차 부품사들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가 선정한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사’ 순위를 점령 중인 일본과 독일 회사들이 전기차 대전환 국면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적극적이다. 올해 순위에서 일본은 덴소(2위), 아이신(7위), 스미토모(15위) 등 21개 업체가 이름을 올렸고, 독일은 보쉬가 1위, ZF가 3위, 콘티넨탈이 9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권을 중심으로 15개 업체가 선정됐다.

변속기를 만들던 회사에서 출발한 독일 부품사 ZF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업체 와브코를 70억달러(약 9조1300억원)에 인수했고, 타이어 제조사 콘티넨탈은 자율주행 부문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칩 설계 업체인 레코그니 지분을 인수했다. 일본 최대 부품사 덴소도 파운드리 1위 업체 대만 TSMC의 일본 반도체 공장 신설에 4000억원을 투자했다. 첨단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다.

최근엔 중국 기업들도 글로벌 부품 업계에서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기술력까지 높아지면서 그 온기가 부품사에 본격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0대 부품사 순위에서도 13개 업체가 순위에 이름을 올려 한국(11개)을 제쳤다. 배터리 업체 CATL이 5위를 차지하는 등 순위도 크게 높아졌다. 중국 부품사를 키우려는 정부 정책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레벨 2·3 자율주행차 판매 비율을 신차의 50%까지 확대할 계획인데, 중국 정부가 자동차 업체들에 자국 부품 사용을 늘리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요미우리)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미래차에 첨단 IT 기술이 대거 도입되면서 빅테크 기업까지 자동차 부품 분야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의 삼성·LG는 물론, 미국 엔비디아, 중국 화웨이, 샤오미, 대만 폭스콘 등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하지 않던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