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만7407대 vs 20만5040대.
올해 1~11월 국내에서 60, 70대와 30대가 구매한 신차 숫자다. 은퇴 세대인 6070 세대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30대보다 신차를 많이 산다는 얘기다. 불과 10년 전인 2014년 60~70대의 신차 구매는 13만3723대로 30대(29만2318대)의 절반이 채 안 됐지만 10년 만에 정반대로 변한 셈이다. 자동차 시장 조사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관련 세부 자료를 수집한 2010년 이후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노년층이 늘고 30대가 줄어드는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 탓도 있지만, 노후에도 더 일하고 활발하게 여가를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다. 자영업이나 은퇴 후 귀농 준비, 여행이나 문화 생활을 위해 지갑을 여는 장년층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더 일하고, 더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
자동차 시장은 액티브 시니어의 씀씀이 변화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전통적으로 6070은 차량 구매가 많지 않고 산다 해도 그랜저 같은 세단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올해 60~70대가 가장 많이 산 차량은 포터(2만2312대)였다. 봉고도 1만1166대로 4위에 올랐다. 은퇴 후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귀농하는 이들의 구매 패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임금 근로자(자영업자+무급 가족 종사자) 중 60세 이상은 260만7000명으로 전체의 38.8%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7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늘어난 여가 생활로 SUV의 인기도 크게 높아졌다. 60~70세대에선 포터에 이어 기아 SUV 쏘렌토(1만1962대)가 판매 3위를 기록했고, 5위는 현대차 SUV 투싼(1만222대)이었다. 서울의 한 차량 딜러는 “세단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에다 캠핑과 같은 여행이나 여가를 즐기기에도 좋아 SUV를 찾는 장년층이 많다”고 했다. 실제 BC카드에 따르면 올해 60세 이상 고객 수는 2018년보다 7.3%포인트 늘었고 이들 결제액은 8.5%포인트 증가했다. 이들의 결제액 중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은 여행(94.5%)과 면세점(83.5%)이었다.
이런 소비 패턴에 자동차 업계에선 시니어 맞춤형 마케팅도 늘고 있다. 현대차는 노년 주인공을 광고 모델로 등장시키고 ‘제2의 청춘 카’라는 문구를 내세우는가 하면, 기아는 60세 이상이 차를 사면 건강검진권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6070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듯
젊은 층은 줄고 노년층은 늘어나는 인구 구조를 감안할 때 이런 차량 소비 패턴은 세태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인구는 지난 2013년 803만5971명(15.9%)에서 올해 680만6073명(13.2%)으로 줄었다. 반면 60대와 70대는 올해 각각 752만5799명(14.6%), 388만3720명(7.5%)으로 10년 전인 435만8060명(8.6%), 289만2923(5.9%)보다 크게 증가했다.
30대는 과거에 차량 소비를 이끌었지만, 첫 직장 평균 입사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데다 주거 마련을 위한 ‘영끌’ 등에 힘을 쏟으면서 여유가 사라졌다. 실제 30대 이하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9.6%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