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조선DB

장남·차녀와 차남 간 경영권 다툼이 불거진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분쟁에 아버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이 나섰다. 조 명예회장은 14일 한국앤컴퍼니 지분 2.72%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한국앤컴퍼니 지분 23% 전량을 차남 조현범 회장에게 넘기고 명예회장으로 물러섰던 그가 다시 등장한 것은 차남의 손을 다시 한번 들어주는 동시에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 등의 경영권 탈취 시도를 막겠다는 뜻을 공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타이어 분쟁은 지난 6일 MBK파트너스가 조 명예회장 장남인 조현식(53)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 차녀 조희원(56)씨와 손 잡고 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1주당 2만원에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히며 시작됐다. 30% 가량 지분을 가진 이들은 오는 24일까지 주당 2만원에 한국앤컴퍼니 주식 20% 가량을 확보해 42.03% 지분을 가진 조 회장을 밀어내고 최대 주주로 올라서겠다는 계산이었다.

이들은 조현범 회장이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태라는 점을 파고 들었다. 조 회장은 2020년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형태로 사들이면서 2500억원가량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연간 이자만 100억원 이상이다.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자금을 끌어오는 것도 만만찮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현금 여력이 있는 조 명예회장이 등판하면서 균형추는 조현범 회장 쪽으로 다시 기울 가능성이 커졌다. 조 명예회장 측은 “외부(MBK파트너스)에서 회사를 흔드니 경영권을 확고히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계열사 부당 지원 등 혐의로 재판에 출석한 조현범 회장은 “명성 있는 사모펀드의 무리한 시도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면서 “경영권 방어를 하는데 자금도 충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