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산업 시스템의 근간이 뿌리째 바뀌는 대전환 시대에 접어들면서 개별 업계에 예고됐던 해고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 이익을 책임졌던 제조물과 기술이 새로운 형태로 대체되면서 기존 인력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가 대표적이다. 최근 폴크스바겐, GM, 스텔란티스 등 세계적 완성차 업체부터 콘티넨털, 미쉐린 등 부품 업체들이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이들의 최근 발표는 과거 경영난 등에 따른 불가피한 구조조정과는 다르다. 내연차보다 부품이 40% 줄어드는 전기차가 주력이 되면서 제조 방식이 변하고 아예 필요 없는 직무가 생겨난 데 따른 것이다. 각 업체의 감원 발표에선 ‘허리띠 졸라매기’ 같은 단어 대신 미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당위성이 강조되고 있다. 당장 업무지원 인력 20% 감축을 시작으로 15조원 비용 줄이기에 돌입한 폴크스바겐 CEO 토마스 셰퍼는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 전기차 사업 진행은 어렵다”고 단언했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업무를 대신한 데 따른 해고 공포도 본격화하고 있다.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3만명에 이르는 광고 판매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하겠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구글은 올해 생성형 AI를 광고 플랫폼에 탑재하면서 광고 제작 효율을 크게 높였다. 사람이 작성했던 광고 문구와 보고서 내용 요약 같은 일을 AI가 대신하면서 상당수 인력 감축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다른 빅테크에서도 AI가 사람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 X(옛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는 콘텐츠 검수 작업을 AI에 맡기고, 관련 부서 직원 3분의 1을 해고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또한 수백명의 콘텐츠 관련 인력을 올해 감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