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를 맞는 현대차그룹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대규모 구조 조정 등을 통해 전기차 전환에 가속페달을 밟는 가운데, 국내에선 인력 감축 등 구조 조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대신, 해외에 전기차 생산 시설을 신설하거나 증설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주요 판매처인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역내 생산을 우대하는 것을 감안한 조치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환 정책은 두 가지 갈래다. 신규 채용 최소화다. 내연차 대비 전기차 부품이 40%가량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에선 노사 합의가 쉽지 않아 감원 등 구조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2019년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이 참여한 자문위원회에서는 전기차,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으로 전환하는 미래에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진단 등을 내놓기도 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적도 있다. 하지만 감원 등에 대해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현재 국내에선 울산에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연산 20만대 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기존 공장 생산능력(140만대)과 비교해 7분의 1 수준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전기차 공장을 대거 늘리고 있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유럽의 역내 생산 보조금 우대 정책 등 전기차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현대차그룹은 최대 시장인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고, 태국에도 전기차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전기차 생산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