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하비 사막의 현대차그룹 주행시험장에서 차량들이 테스트를 하는 모습/현대차그룹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LA에서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캘리포니아주 캘리포니아시티의 현대차·기아 주행시험장. 모하비 사막 한 복판에 있어 모하비 주행시험장이라 불린다.

현대차그룹 북미 법인 안팎에서는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미국 진출 이후 사상 최고 판매량인 165만대를 기록하며 미국 빅3인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점유율 3위로 올라선 비결 중 하나가 이 곳의 경쟁력이란 반응이 많다. 미국 시장에서 분 SUV 바람에 올라탈 수 있게 SUV 품질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사막 한 복판에 자리잡은 이곳은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면 360도 시야 대부분에 지평선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05년 완공된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크기는 여의도 면적(290만㎡) 6배에 달하는 1770만㎡(535만평)다. 해발고도가 약 800m에 달한다. 강원도 대관령 언저리와 비슷하다. 평균 기온이 섭씨 39도에 달하고 낮 최고 지면 온도는 54도를 넘나든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연 300대 안팎의 차가 혹독한 조건의 시험을 받는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제네시스 SUV가 U자형으로 급격하게 코너링을 하도록 한 코스를 돌며 테스트를 받고 있다./현대차그룹

특히 최근 오프로드 주행 시험 중요성이 확 커졌다. 오프로드는 아스팔트 차로처럼 포장된 차로가 없는 곳을 가리킨다. 대지가 드넓은 미국은 팔리는 신차의 60%가 SUV, 20%가 픽업트럭일 정도로 오프로드 주행 기능이 필수다. 원래 2005년 이 시험장을 만들 때만 오프로드 테스트 코스는 1곳에 불과했는데 7곳까지 늘었다. 현재 추가로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특히 TCS(구동력 제어 시스템) 시험로가 핵심 중 하나다. 약 1.2㎞ 길이에 다양한 경사의 모랫길로 이뤄진 시험로에선 차량이 둔덕을 넘거나 구덩이를 지날 때 차량의 구동력을 접지된 휠에 집중함으로써 쉽게 험로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오프로드의 필수 기능을 테스트 한다.

거기다 전기차가 급격히 늘면서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중요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배터리를 단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극한 환경에서 급격한 주행을 할 때 더 높은 성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고전압 전류가 흐르는 배터리와 분당 1만회 이상 회전하는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관건이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의 오프로드를 주행 중인 차량들/현대차그룹

한편 이 시험장을 만들기 위해 현대차·기아는 2005년 당시 약 6000만달러(약 793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이 중 330만달러(약 44억원)를 당시 이 곳에 살던 멸종위기동물 사막거북 27마리의 이사 비용으로 썼다고 한다. 별도의 땅을 사서 펜스를 쳐서 외부의 침입을 막은 후 3년 동안 거북이들이 적응할 수 있게 돌보는데 이 돈을 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