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업계의 치킨 게임이 재개됐다. 지난해 초 차량 가격을 할인하는 1차 치킨 게임을 주도한 건 테슬라였다. 테슬라가 할인하면 다른 전기차 업체들이 뒤따라 할인전에 동참했다. 그런데 이번엔 주인공이 바뀌었다. 중국 업체 BYD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 유럽 등에서 BYD가 먼저 가격을 내리고 테슬라가 대응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BYD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독일에서 전기차 가격을 15% 내렸다. 이에 따라 주력 차종인 SUV 아토3의 가격이 4만 유로(5800만원) 이하로 낮아졌다. 테슬라는 이튿날 곧바로 응수했다. 테슬라는 16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네덜란드에서 최대 9% 가격을 내렸다. 인기 모델인 모델Y 후륜구동은 4만2990유로(6270만원)까지 낮아졌다. 중국에서도 BYD가 먼저 가격을 내리고 테슬라가 따르는 모습이 나왔다. 이달 초 BYD가 가격을 내리자, 테슬라 역시 최대 가격을 5.9% 인하했다.
이는 지난해 1차 치킨게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주도권은 테슬라에게 있었다. 테슬라는 17.2%라는 압도적인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가격 인하를 주도했다. 테슬라가 가격을 내리면 BYD나 폴크스바겐, 포드 등이 가격을 따라 내리는 식이었다.
이번에 BYD가 차량 가격 인하를 주도하는 건 그만큼 판매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뜻이다. 테슬라가 가격 인하를 추종하는 것도 BYD의 할인이 자사 판매에 지장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BYD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분기 기준 전기차 글로벌 판매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BYD에겐 전기차 할인을 주도할 정도의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BYD는 테슬라와 함께 배터리 등 전기차 관련 핵심 기술을 내재화 한 유이한 업체인데다, 전기차만 파는 테슬라와 달리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도 제조하며 매출을 늘릴 여력도 갖췄다. 최근엔 중국 밖에 생산 기지를 구축해 해외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 15만대 규모의 태국 공장을 짓고 있고, 헝가리에 첫 유럽 공장을 짓는 안을 검토 중이다. BYD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6%로 테슬라(7.6%) 보다 월등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