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달 초 경기 광명시 기아오토랜드 광명공장에서 열린 2024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현대차그룹 등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가 미국 정부에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최대 7500달러 주는데, 배터리 등 핵심 부품과 광물이 해외 우려 기관(FEOC)에서 추출·가공·재활용된 경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다. 작년 12월 중국 자본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 법인을 FEOC로 지정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국내 업계가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배터리 부품은 1월부터, 양극재·음극재 등은 2025년 1월부터 이 기준을 적용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미국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특정 핵심광물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FEOC 기준을 바로 적용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중국이 2022년 전세계 구형 흑연(흑연 광석을 가공한 중간원료)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했다면서 다른 국가들이 단기에 중국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광물로 흑연을 포함해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또 특정 핵심광물이 일정 비율 아래일 경우 FEOC를 적용하지 않을 것과 FEOC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배터리 소재 명단도 발표해달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냈다. SK온은 중국산 흑연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리고 그렇게 하더라도 북미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FEOC 규정 적용을 2027년 1월로 2년 유예해달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조사가 원산지를 검증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