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 현장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신차를 볼 수 있는 최신 모터쇼와 다름없었다. 각국의 주요 기업들이 개발 방향을 담아 세련되게 디자인한 콘셉트카,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차 등 볼거리가 다양했다.

한국 현대모비스의 ‘모비온(MOBION)’ 공개 현장은 공연장 같았다. 모비온은 전기차 아이오닉5에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차세대 전기차 구동 기술인 ‘e 코너 시스템’을 장착한 차다. 바퀴마다 각각 구동 모터와 회전식 방향 조절 장치, 전자식 브레이크 등을 결합한 모듈(여러 부품을 기능에 따라 결합한 큰 부품 단위)을 붙여 바퀴 4개가 각각 최대 90도 회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수평으로 ‘게걸음 주행’을 하거나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도는 게 가능하다. 음악에 맞춰서 움직이는 모비온 모습에 현장에서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차세대 전기차 구동 기술이 적용된 ‘모비온’이 바퀴를 90도 가까이 틀어 수평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이번 CES에서 관람객의 관심을 끈 벤츠의 G바겐 전기차 EQG 프로토타입이 차로를 달리는 모습. EQG는 올해 출시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G바겐’ 전기차 버전인 EQG 프로토타입도 인기가 높았다. 차량 내부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육중한 몸집에 강렬한 푸른색 줄무늬 위장막이 씌워져 눈길을 끌었다. 올해 안에 국내에 실제 양산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벤츠는 또 전기차 CLA 콘셉트카도 선보였다. 내연차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이 있던 차량 전면부와 헤드램프에 벤츠 상징인 삼각별이 또렷하게 박히고, 크롬 소재의 얇은 선으로 차체를 한 바퀴 두른 듯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벤츠는 앞으로 이 차를 출시할 때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더 비싸지만 주행거리도 더 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장착한 차 2종을 내놓기로 했다.

일본 혼다도 CES에서 처음 ‘0시리즈’라는 이름의 전기차 브랜드를 공개했다. 출발점(0·제로)에서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살룬(Saloon)과 스페이스 허브(Space Hub)라는 콘셉트카도 2종 공개했다. 살룬은 미래형 대형 세단, 스페이스 허브는 공간이 넓은 밴 느낌의 차다.

자동차에 탑재될 AI 음성 비서가 대거 등장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이르면 올해부터 실제 차량에 적용될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은 음성 인식 기술 기업인 세렌스, BMW는 아마존, 벤츠는 MS(마이크로소프트)와 각각 손을 잡았다. 세 회사 모두 생성형 AI를 적용한 음성 인식 기술을 쓴다. 차와 대화하듯 일상 언어로 자동차의 각종 기능을 활성화하거나, 목적지, 정보 검색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작년 나스닥에 상장한 베트남 자동차 기업 빈패스트가 전시한 전기차를 둘러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빈패스트는 베트남의 대기업 빈 그룹 산하 자동차 회사로, 중형 전기 콘셉트 픽업트럭 ‘VF 와일드’를 이번에 공개했다. 앞으로 양산해 미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