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31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시가총액(주당 가격X상장 주식수) 규모로 현대차를 앞섰다. 기아가 2000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투자자들이 기아가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정책에서 현대차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인기인 SUV 등에 더 특화돼 있어 단기간 주가 상승 여력이 많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아 주가는 10만2900원으로 전날보다 5% 오르며 시가총액이 41조3703억원이 됐다. 현대차(우선주 제외)는 이날 주가가 2.42% 오른 19만4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41조1640억원이었다. 최근 기아의 주가 상승세는 뚜렷하다. 기아는 1월 초 시총 순위 8위였지만, 최근 한 달간 포스코홀딩스에 이어 현대차까지 제치며 6위가 됐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증권가에서는 기아 주가 상승에 대해 주주 환원 정책 덕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 25일 실적을 발표하며 현대차와 기아는 결산 배당금으로 각각 8400원, 5600원을 책정했다. 당일 종가 기준으로 배당률이 기아가 6%로 현대차(4.5%)보다 높다.

기아는 또 오는 3월 중순까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50%를 소각한다고 했다. 단기간 대량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주가가 크게 떨어질 우려를 덜게 되는 셈이다. 반면 현대차는 4% 수준의 자사주를 매년 1%씩 3년간 소각하겠다는 기존 발표를 재확인하기만 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모두 지난해 역대급 매출·영업이익을 냈다. 그런데도 주가 흐름에 차이가 있는 것은 두 회사 역할 자체가 전략적으로 달라지는 면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똑같이 차를 생산·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 전략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최근 실적 발표 등에서 전기차는 물론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나 수소차 등 중장기 전략에 집중하는 전략을 내놨다. 반면 기아는 최근 인기인 SUV 판매에 더 특화돼있는 데다, 미래 핵심 전략으로 추진 중인 PBV(목적 기반 차량·Purpose Built Vehicle)를 내년 경기 화성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등 사업이 가시권에 들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