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단 한 대로 조사됐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아직 확정되지 않으면서 판매량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가 1만3083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은 1대로 기록됐다. 롤스로이스(9대)와 람보르기니(7대) 보다 낮다.
테슬라의 판매 실적이 저조한 데는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판매량이 높았던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는 가격이 비싸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이에 비해 테슬라는 최대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중저가형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보조금 책정 시기다. 통상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책정은 매년 1~2월 중 이뤄진다. 정부가 국고 보조금을 확정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공고를 내야 보조금을 접수할 수 있다. 소비자가 실제 수령하는 건 2~3월 중이다. 결국 전기차 보조금 공백이 있는 1~2월에는 테슬라 판매가 얼어붙는다는 분석이다.
보조금 정책으로 판매 영향을 받는 브랜드는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전기차인 아이오닉 6 판매량이 4대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97.8% 줄었든 수치다.
대덕대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조선닷컴에 “테슬라는 지난해 1만4000대 정도 팔렸다. 1월 판매량은 팔렸다고 얘기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현대 기아차의 지난달 판매량도 급감해 국고 보조금이 전기차 판매 부진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산 모델Y 후륜구동(RWD)을 국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확정에 맞춰 출시한 바 있다. 가격은 전액 보조금 상한선인 5700만원 보다 1만원 낮은 5699만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힘입어 모델Y의 2023년 국내 판매대수는 1만3885대로 전년 대비 91.6% 급증했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 3위다.
다만 올해부터는 정부가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생산비용은 저렴하나, 사용후 재활용 측면에선 가치가 떨어진다.
지난해 인기를 끈 중국산 모델Y RWD에 LFP 배터리가 탑재돼 있어, 정부 보조금 정책이 테슬라 판매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업계 전망도 나온다.
원활하지 않은 물량 수급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테슬라의 경우 분기 단위로 물량을 한꺼번에 들여와 고객에 인도한다. 고객 입장에선 언제 차가 출하하고 인도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로인해 1월에는 신차 물량이 안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한편, 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브랜드는 BMW로, 4330대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931대로 뒤를 이었다. 렉서스가 998대로 3위였으며 볼보 965대, 토요타 786대, 포르쉐 677대, 미니 543대 등 순이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이번 달 통계부터 비회원사인 테슬라 판매량을 반영하기로 했다. 수입차협회는 “테슬라의 국내 수입차 시장 내 비중 증대와 이에 따른 언론, 관련기관 요청에 협조하고자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