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인 ‘샤오미’가 지난 28일 전기차 ‘SU7′을 출시하고 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금의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와 모터로 움직이는 친환경 요소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점차 IT 기술이 결합하며 ‘움직이는 스마트폰’ 같은 미래차로 진화하고 있다. 샤오미도 이런 점을 감안해 이 분야에 진출한 것이다.

샤오미 전기차 SU7. /EPA 연합뉴스

중국 소비자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이날 오후 10시부터 SU7 우선 예약을 받았는데 27분 만에 5만대가 예약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차가 포르셰의 전기차 ‘타이칸’을 닮았다는 반응이 많다. 타이칸은 국내에서 1억2990만원에 시작하지만, SU7은 시작 가격이 21만5900위안(약 4011만원)이다. 비슷한 크기의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3(기본 가격 24만5900위안)보다도 저렴하다.

자동차업계 안팎에서는 샤오미의 전기차 진출이 중국의 전기차 굴기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오히려 중국은 IT 기업까지 가세해 전기차 산업 생태계가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전기차 공세를 막으려 미국이나 유럽 등은 관세나 보조금으로 일종의 무역 장벽을 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짓거나 현지 기업 인수 등으로 이를 우회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어 기존 기업들은 쉽지 않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픽=양인성

◇車 ‘빅5′에 들겠다는 샤오미

28일 밤 샤오미 전기차 출시 행사에서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향후 15~20년간 노력해 반드시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사가 되겠다”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중국 3대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니오, 샤오펑, 리오토의 리빈, 허샤오펑, 리샹 회장이 객석에서 이를 지켜보며 박수를 쳤다. 중국 전기차 1위 BYD(비야디)와 함께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들이다.

샤오미 SU7에는 중국 전기차의 강점이 다 녹아있다. 기본 모델 기준 15분만 충전하면 350km를 달릴 수 있고, 멈춘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제로백’은 5.28초다. 고성능 버전은 포르셰 ‘타이칸 터보’의 최고 속도보다 빠른 시속 265km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자동차 품질이 어떤지는 실제 차량 인도가 이뤄져야 하지만, 수치만 놓고 보면 기존 자동차 회사 제품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산 전기차 수출은 2021년 31만대에서 작년 120만대로 약 4배가 됐다. 작년 중국산 테슬라 수출량 약 34만대를 빼면 대부분이 중국 기업 몫이다. 유럽, 호주, 아세안 시장 등으로의 전기차 수출을 늘리고 있다.

◇확장 주도하는 BYD

이미 중국 BYD는 지난해 4분기(10~12월) 글로벌 전기차 아이콘 테슬라의 판매량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됐다. BYD는 수출뿐만 아니라 올해 태국 전기차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고, 작년 말엔 헝가리에도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미·중 갈등이 첨예한 만큼 미국 대신 아세안, 유럽 공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국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BYD는 GS글로벌과 손잡고 국내에 전기 트럭을 판매 중인데,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인증 절차를 거쳐 이르면 하반기 전기 세단 ‘씰’과 전기 SUV ‘아토3′ ‘돌핀’ 등 승용차를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씰의 경우 중국에서 보조금 없이 17만9800위안(약 3341만원), 돌핀은 9만9800위안(약 1855만원)에 팔리고 있어 웬만한 내연차보다도 저렴하다. 이미 해외에서도 가격 경쟁력으로 소문이 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적잖은 파장이 일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개인 소비자의 반중 정서를 감안해도 법인용 전기차나 렌터카 등의 수요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