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차가 IT(정보 기술)가 장착된 스마트카로 변하면서 자동차 키(key)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 특히 운전자가 자동차 키를 늘 휴대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금속으로 된 열쇠 일색이었던 자동차 키는 작은 계란 크기의 스마트키로 변한 뒤, 얇은 신용카드 형태나 휴대전화 속 앱으로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4일 신용카드처럼 생긴 신형 스마트키를 개발해,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에 옵션으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부 제네시스 수출 모델에 들어간 적은 있지만 내수용 차에 탑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머니나 가방에 불룩하게 넣어 다니는 대신 지갑이나 휴대전화 커버 등에 쏙 넣을 수 있어 갖고 다니기 편하다. 누를 수 있는 버튼 7개가 있어 기능은 기존 스마트키와 거의 같다. 원격으로 문 잠금을 해제하고, 트렁크를 여닫거나 원격 주차 보조 및 경보음 작동 기능까지 갖췄다. 현대모비스는 “테슬라 등이 카드 모양 차 키를 도입한 적이 있지만 기본적인 기능만 있었다”면서 “버튼을 집어넣는 기술로 기능을 다양하게 더한 이런 카드 키를 상용화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했다.
자동차 키는 차를 달리게 하려면 반드시 필요하지만,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다 잃어버리는 일도 적잖아 난감할 때도 잦다. 1990년대 후반까지는 대부분 자동차가 핸들 아래쪽에 난 홈에 열쇠를 넣고 돌려 시동을 거는 ‘턴키’ 방식을 썼다. 금속으로 된 차 키는 필수였다. 1980년대엔 이런 키에 리모컨이 더해지면서 원격으로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문 잠김을 풀거나 차 경보음을 울리게 할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전자 장치들이 차에 대거 들어오면서, 차 키는 한층 발전한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열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운전자가 지닌 채 차에 타면 시동이 걸리는 스마트키가 확산했다.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에 원격 주차 보조 등 다양한 기능이 덧붙고 기업별로 다양한 디자인도 도입했다.
이제는 다음 단계의 차세대 키 경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테슬라는 차를 살 때 받은 카드키를 휴대전화 앱에 한 번 등록하면, 그 뒤부턴 전화기로 문을 여닫거나 시동을 걸 수 있게 한다. 현대차·BMW·벤츠 등도 유사한 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8년 일부 차종에 지문 인식으로 문을 열고 시동을 켜는 기능도 넣었다. 다만 이런 디지털 방식은 오류가 생기거나 해킹 가능성 등도 제기되고 있어 아직 널리 도입되지는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