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0)씨는 최근 자신의 경형 SUV 캐스퍼 트렁크에 ‘식빵등’을 설치했다. LED 전등으로, 불을 켜면 식빵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문 업체에서 설치하면 최소 10만원이 들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1만~2만원에 판매된다. 김씨는 “차박 때 무드 조명 역할을 하는데, 업체에 돈을 주고 달긴 아까워 직접 설치했다”고 했다. 유튜브에는 식빵등 설치 방법을 안내하는 영상들이 조회수 40만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속에서 직접 차를 꾸미는 ‘짠튜닝’족이 늘고 있다. 전문 업체에서 차에 작은 옵션을 추가하려면 많게는 수십만원이 들지만, 직접 DIY(Do It Yourself·가정용품 제작·수리·장식을 직접 하는 것) 용품을 구매해 설치하면 대체로 10만원 이내면 된다. 준대형 SUV인 GV80의 경우 업체에서 자동차 하부 부식을 막기 위한 ‘언더코팅’을 하면 많게는 50만원이 든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코팅제를 사면 4만~5만원이면 된다. 11일 G마켓에 따르면, 올 1분기 차량용 DIY 용품 판매는 작년 1분기보다 16% 증가했다. 특히 식빵등 판매량은 작년 1분기보다 152% 늘었다.
이런 변화에는 차박 문화의 확산이 있다. 차를 이동 수단을 넘어, 자신만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대표적인 튜닝 상품으로는 앞좌석 아래쪽에 은은하게 불빛이 들어오는 ‘풋등’이 있다. 업체에 맡기면 10만원 정도 들지만, 온라인에선 1만~2만원대에 DIY 용품을 살 수 있다. 인스타그램 등에 차 사진을 올려 과시하는 젊은 세대의 생활 습관과도 연관이 있다. 인스타그램엔 식빵등과 풋등을 설치한 사진을 올린 글이 각각 4000여 개, 1100여 개 올라와 있다.
완성차 업체도 직접 차를 꾸미는 이들을 잡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 현대샵을 통해 자동차 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자체 제작해 판매하는 상품이 재작년 254개에서 작년 351개, 올해 1분기 398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자동차 실내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돕는 러기지 박스나 스마트키 가죽 케이스 같은 상품이 인기다. KG 모빌리티는 작년 튜닝과 특장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