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8개월만에 인도를 다시 찾아 현지 사업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검토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현지와 소통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지난 23일(현지 시각)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에 위치한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인도권역 임직원들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작년 8월 M.K. 스탈린 인도 타밀나두주 총리와 전기차 공장 투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한 뒤, 8개월만의 재방문이다.
정의선 회장의 제안으로 현지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정 회장이 국내가 아닌 해외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미팅에서 정 회장은 직원들에게 “(인도의) 다양성은 우리의 큰 힘이 될 수 있으며, 다양성을 조화롭게 융합시켜 창의성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 “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권역 중 하나로 코로나 기간에도 세계 경제 침체와 공급망 대란 등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꾸준히 좋은 성과를 창출했다”며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인도는 현대차그룹에게 세 번째로 큰 해외 시장이다. 작년 현대차그룹이 전 세계에서 판매한 차량의 12%(85만 7111대)가 인도 판매였다. 북미, 유럽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판매량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인도에서 작년 실적보다 3.9% 높은 89만200대 판매를 목표로 삼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까지 현대차그룹의 인도 판매량은 22만6000대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갈수록 커지는 인도 시장에 발맞춰, 현대차그룹은 인도 내 생산 능력을 적극 높이고 있다. 작년 GM으로부터 푸네공장을 인수해, 차량 2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개선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푸네공장이 완공되면 첸나이공장(82만4000대)과 합해 인도에서 약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기아 공장까지 합하면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약 150만대를 생산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인도는 정부 차원에서 2030년까지 자동차 판매량의 30%를 전기차로 늘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인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기차 모델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인도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처음 출시하고,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한다. 기아는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원가 절감을 위해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배터리 탑재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Exide Energy)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최근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