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순수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2위이자, 중국 1위인 BYD(비야디)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수입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며 대중 압박을 발표한 날, 코앞인 멕시코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픽업트럭을 출시하며 “우리는 미국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멕시코 등 다른 지역을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또 BYD는 멕시코에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경우 멕시코산 BYD 트럭이 미국으로 대거 수출될 수 있다. 관세 장벽을 우회하게 되는 셈이다.
14일(현지시각) BYD는 멕시코시티에서 브랜드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픽업트럭인 ‘샤크’(Shark) 출시 행사를 열었다. BYD가 해외에서 신차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차는 차 길이가 5457㎜인 중형 픽업트럭으로 1450L(리터)의 적재 공간을 갖췄다. 주행 거리는 1회 충전 시 순수 전기 모드로 최대 100㎞이며, 배터리와 연료탱크를 모두 사용하면 840㎞까지 늘어난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스텔라 리 BYD 미주 지역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현재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이번 (미국 측) 발표는 우리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멕시코 공장 건설 과정에서는 멕시코 시장과 그 외 다른 (중남미) 국가 시장을 고려할 뿐”이라고 했다. 멕시코 공장을 더 빨리 추진해서 이 일대를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멕시코산 픽업트럭으로 미국 진출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BYD의 전략은 사실상 앞으로 본격화할 중국차의 세계 시장 공략법이기도 하다. 투트랙이 될 전망이다. 하나는 미국 외 시장에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유럽이나 아세안 국가, 멕시코, 남미, 중동 등 현지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전환이 늦은 지역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략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현지 생산을 늘리는 것이다. 미국과 FTA 등으로 묶여 있거나 관세장벽이 없는 곳에서 현지 생산을 통해 그 나라 시장을 공략하는 식이다. 이 방법을 통해서는 장기적으로 미국 수출까지 넘볼 수 있다.
미국 기업 등 비중국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미국 관세장벽으로 시간을 번 만큼 중국 기업들이 이런 수출 루트와 생산 전략을 본격화하기 전에 전기차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 매출이 큰 폴크스바겐이나 GM, BMW, 벤츠 등은 미국의 이번 조치로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건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