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자율주행 기업 포니AI의 제임스 펑 CEO는 “한국에서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 자율주행 버스·트럭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대표 빅테크인 구글과 바이두에서 약 11년 일한 후 2016년 회사를 창업했다. /김지호 기자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인류 최초의 자동차는 무엇일까? 중국 빅테크 바이두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하던 제임스 펑(58·James Peng·彭軍)은 이 질문의 답은 “말이 끄는 마차”라고 했다. 2016년 그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AI’란 회사 이름도 여기서 시작됐다.

지난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제임스 펑 포니AI CEO는 “이제 한국 시장에 진출해 회사를 한층 더 성장시키고 싶다”면서 “한국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대표 빅테크인 구글과 바이두에서 일하는 잘나가는 개발자였다. 중국 칭화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5년 구글에 입사하며 IT 업계에 뛰어들었다. 자율주행을 만난 건 바이두의 미국 법인에서 일할 때였다. 기계적으로 사물에 반응만 하는 AI가 아니라 진짜 ‘사람 같이 운전하는 AI’를 만들고 싶었다. 기왕 기술을 개발하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회사를 이끌어 보고 싶어 창업했다.

창업 9년 차 직원 1500명 규모가 된 포니AI는 라이다와 센서, 차량의 움직임을 예측·제어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를 조합해 자율주행 ‘레벨 4′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평가받는다. 레벨 4는 센서가 작동하지 않는 악천후 등 특별한 경우 아니면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차가 스스로 달리는 수준이다. 중국 베이징·광저우 등에서 2년 가까이 운전자 없이 스스로 손님을 태우고 달리는 ‘로보택시’ 유료 서비스를 해왔다. 창업 후 8년 동안 52억달러(약 7조원) 투자금을 유치했다. 세계 1위 자동차 회사 도요타가 4억달러, 사우디 네옴 투자 펀드가 1억달러 투자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포니AI는 작년 10월 투자 유치 당시 시장에서 85억달러(약 11조5200억원) 가치를 평가받았다.

도로를 달리는 포니 AI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라이다와 센서, 차량의 움직임을 예측·제어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를 조합해 운전자 없이 스스로 달린다. /포니 AI

펑 CEO는 “글로벌 기업으로 다가가기 위해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로보택시, 정해진 코스를 정기적으로 다니는 자율주행 버스나 트럭 서비스 등을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한국에 R&D(연구·개발) 센터와 데이터 센터를 만들고 한국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라며 “한국은 버스 운전사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교통량이 많고 복잡해 대중교통 자율주행 수요가 높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포니AI는 한국에 350억원 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 파트너인 젬백스링크의 5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8월까지 총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할 계획이다.

다만 난관도 많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자율주행이 안전과 직접 연관 있는 분야이다 보니 외국 기업이 정부나 지자체 인허가나 규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포니AI의 한국 진출을 뒷받침할 파트너인 젬백스링크는 최근까지 무선 인터넷 기반 설루션 및 명품 병행 수입 사업을 주로 해온 회사다. 자율주행 서비스를 직접 해본 경험이 없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현대차·기아 등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하는 한국 기업들과 경쟁도 불가피하다. 펑 CEO는 “자율주행 사업은 원래 규제 사업이고, 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며 “언제 어디서든 결국 우리 서비스가 유용하고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