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23일 3000만원대 소형 전기 SUV인 EV3를 처음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전기차 전용 모델 중 가장 작고 저렴한 제품이다. 한 번 충전하면 최대 501km를 달릴 수 있는데, 국내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감안해 3000만원 중반대에 구매 가능하게 차 가격을 정할 계획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은 내연차보다 비싸고 충전이 불편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주행거리를 늘리면서 차값은 낮춘 모델을 내놓고 있다. 본격적인 중소형 전기차 경쟁을 통해 전기차 캐즘 탈출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고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어 가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충전 한 번에 500km 가는 3000만원대 중반 전기차
EV3는 기아의 EV6, EV9에 이은 세 번째 전용 전기차다. 차 길이가 4300mm로, 현재 판매 중인 소형 SUV인 기아 셀토스(4390mm)나 현대차 코나(4350mm)와 비슷하다. 소형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배터리가 적게 들어가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짧았는데, 이 약점을 상당 부분 극복한 것을 경쟁력으로 앞세웠다.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기본으로 달았는데, 용량이 81.4kWh(킬로와트시)짜리 ‘롱레인지’ 모델은 17인치 타이어를 단 이륜구동 차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공인 주행거리가 501km다. 상위 모델인 EV6(494km·이하 19인치 타이어+이륜구동 기준), EV9(501km)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챗GPT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기아 AI 어시스턴트’가 처음으로 장착됐다. 사람이 일상에서 쓰는 말로 명령을 내리면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내비게이션이나 정보 검색을 할 수 있고 차량 기능도 일부 작동시킬 수 있다. 온라인으로 SW(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7월 판매가 시작되는 국내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감안하면 차 가격이 3000만원대 중반대부터 시작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에 관심 갖는 고객층이 기대하는 가격대가 3만5000~5만달러 사이, 1회 충전당 주행거리는 450~500km 선으로 본다”면서 “EV3로 구매를 망설이던 고객들의 우려를 없애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중소형 전기차 경쟁 시작
EV3는 연말 유럽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 시기 전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중소형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아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3000만~4000만원 안팎의 보급형 전기차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볼보는 올여름 미국에서 소형 SUV ‘EX30′을 3만5000달러(4770만원) 안팎에 판매를 시작한다. 유럽에선 프랑스의 푸조가 전기차 e208을 보조금 제외하고 3만1000유로(4570만원) 선에서 판매 중이다. 전기차 아이콘인 테슬라도 내년 초 ‘모델2′로 불리는 중저가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2만5000달러 안팎으로 가격이 책정될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에서 판매 중인 BYD의 소형 해치백 ‘시걸’도 가격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차 길이가 3780mm로 현대차 캐스퍼보다 약간 더 큰 경형급 차다. 내년 초 유럽 시장에 출시된다. 관세 등을 포함해도 최소 가격이 2만유로(2950만원) 이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