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권모(42)씨는 주말이면 1993년식 갤로퍼를 몰고 캠핑을 가는 게 낙이다. 갤로퍼는 1991년 출시된 현대차의 첫 SUV(스포츠유틸리티차)인데 2003년 단종됐다. 권씨는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기고 싶어 구매했는데, 자주 몰진 않고 캠핑용으로만 쓰고 있다”며 “내부 공간이 넉넉해 짐 싣기도 편하고, 캠핑할 때 옛 감성이 더해져 재미를 크게 느낀다”고 했다.
출시 20년 넘은 차량을 가리키는 ‘올드카(Old Car)’가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다. 그동안 올드카는 부품 교체 등 수리가 어렵기 때문에 일부 마니아들의 취미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이를 캠핑·전시 등 특정 용도로 사용하며 옛 추억을 간직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올드카도 한층 보편적 취미가 돼가는 모양새라고 한다. 현대차가 2022년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에 첫 번째 그랜저 디자인을 계승한 것도 최근 자동차 업계에 부는 레트로(복고) 열풍을 반영한 것이란 설명이다.
올드카는 매물 수가 많지 않아 경쟁이 치열하다. 연간 중고 실거래는 모델별로 많게는 수백 대에 불과하다.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갤로퍼2(944대)·프라이드(271대)·티코(149대)·랭글러 2세대(105대) 등이 주로 거래된 올드카 모델이었다. 그렇다 보니 올드카를 사려면 찜을 하고 수시로 플랫폼 등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포니2는 올 1~4월 찜하기(312개)가 작년보다 176% 늘었다. 그랜저(174%)·뉴코란도(53%)·뉴비틀(43%) 등 1980~1999년 연식 올드카 대다수도 상황이 비슷하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관리 상태가 좋은 올드카는 부르는 게 값이다. 26일 엔카닷컴에 올라온 갤로퍼 가격은 490만원부터 2500만원까지다.
올드카 차주들에겐 부품을 구하는 게 관건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부품을 구하기 쉬운 현대차와 기아 모델이 인기다. 엔카닷컴에서 작년 가장 많이 거래된 올드카 1·2위가 현대차의 갤로퍼와 갤로퍼2였고, 4위가 기아 프라이드였다. 수입차 중에선 벤츠 S 클래스(3위)와 BMW 7시리즈(5위) 등이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