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국내에 새로 등록된 택시 10대 중 3대가 전기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판매된 전체 승용차 중 전기차 비율이 9.6%(올 1~4월)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택시가 일반 소비자들이 타는 차보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이다.
3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21~2023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모델 아이오닉5·6와 기아 EV6가 택시로 등록된 것은 총 3만3400대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신규 등록된 모든 택시의 30%다. 2021년은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전기차 전용 모델을 출시한 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모델이 잇따라 나오고, 연료비를 아낄 수 있고 성능이 좋다는 소문이 택시 기사들 사이에 나면서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실제 택시에선 전기차의 강점이 극대화되고 있다. 택시는 평균 주행거리가 자가용보다 훨씬 길어 연료비 절감 체감 효과가 크다. 서울시 조사(2020년 기준)에 따르면 택시는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240.2㎞로 일반 차량(29.5㎞)의 8배였다. 이를 기준으로 쏘나타 LPG 택시와 아이오닉5 전기 택시를 비교하면 LPG 택시는 하루 연료비가 약 2만8100원(도심 연비 및 1L당 970원 기준), 아이오닉5는 1만7200원(도심 전비, 1kWh당 400원 기준)이었다.
또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모델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500㎞에 육박하고, 20분 안팎이면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초고속 충전 가능한 기능도 있다. 충전소가 많은 도심에서 주로 운행하는 만큼 택시는 충전소를 찾아다니는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다. 법인용 택시는 차고지에서 충전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2022년 4월 아이오닉5를 구매한 택시 기사 임채민(68)씨는 최근까지 약 20만㎞를 주행했다. 그는 “전기차가 연료비가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인데,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도 적어서 교체나 수리를 덜 해도 돼 유지비도 적고 정비소에 갈 일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종일 택시에 머무는 만큼, 진동이나 소음이 적은 전기차가 더 쾌적하다는 운전기사도 많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주행거리가 긴 운송이나 물류 등 분야에서 전기차 전환이 상대적으로 더 빨리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아도 택배, 푸드 트럭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전기 PBV(목적 기반 차량)를 내년 출시할 예정이다. GM(제너럴모터스)과 포드 등 다른 해외 기업들도 전기차를 내놓고 이 분야 진출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