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자동차 시장은 단연 ‘하이브리드 전성시대’다. 지난해 내수 시장에선 국산차와 수입차 합해 약 175만대가 팔려, 2020년(약 191만대) 이후 판매량이 최대였다. 반면 올해는 작년의 역(逆)기저효과와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소비 위축이 뚜렷하다. 다소 가라앉은 시장 분위기를 하이브리드 차 홀로 이끌고 있다. 야외 활동 하기 좋은 계절과 맞물려 특히 쏘렌토, 싼타페, 카니발, 스포티지, 투싼 등 하이브리드 RV(SUV+밴) 5종이 가장 눈에 띈다.

올해 1~5월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판매량은 55만774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국내 1위 현대차의 경우 이 기간 내수 판매가 12.4% 줄었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5만7986대가 팔려 작년 1~5월보다 14% 늘었다. 기아도 비슷하다. 내수 판매가 같은 기간 4% 줄었지만 하이브리드는 8만1346대 팔려 45% 증가했다.

불편하고 더 비싸다는 인식이 커진 전기차나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내연차의 대안을 찾는 소비자 수요가 하이브리드로 쏠리고 있다. 연비가 우수해 경제적이고, RV의 경우 공간 활용도가 높아 실용성이 배가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딘 주행 성능이 하이브리드의 약점이란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전기차와 흡사하게 순간 가속력도 대폭 개선됐다는 반응이 많다. 현대차그룹의 10년 넘는 국산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 기간만큼 실력이 축적됐다는 것이다.

작년 8월 나온 신형 싼타페의 경우 하이브리드 버전이 10월 판매가 시작됐는데 올해 더욱 인기가 높다. 1~5월 판매량이 2만3647대로 1만1118대에 그친 가솔린 차의 2배다. 지금 주문해도 6개월 걸린다. 지난달 서울과 경기 일대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3일간 싼타페 하이브리드 사륜구동 모델을 타고 약 350km를 달려봤다. 에어컨을 마음껏 켜는 등 연료를 신경 쓰지 않고 달렸는데 연비가 1L당 15.1km로 공인 복합연비(14km/L)보다 높게 나왔다. 도심 주행 때는 전기차처럼 엔진 소리나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그래픽=백형선

싼타페와 경쟁하는 형제뻘 차인 기아의 쏘렌토 하이브리드 역시 올 1~5월 3만351대가 팔려 작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60.2%나 늘었다. 가솔린차 판매량의 2.5배다. 이 차도 현재 대기 기간이 7~8개월이다. 여기에 기아의 대표 밴인 카니발도 작년 12월 처음으로 하이브리드가 나왔다. 5개월간 1만9514대가 팔렸다. 이 차 역시 최대 12개월까지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작년 말 부분변경 모델이 나온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도 판매량이 23% 늘었다. 동급의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함께 2~4개월 기다려야 한다.

주요 제품들의 대기 기간을 감안하면 올 연말까지는 계속 하이브리드 RV 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다른 완성차 기업 중에선 르노가 최근 XM3에서 이름과 일부 디자인을 바꾼 ‘아르카나 하이브리드’를 “2000만원 후반대 구매 가능하다”며 적극 마케팅하고 있다. 또 이달 28일 개막하는 부산모터쇼에서 4년 만에 내놓는 신차인 중형 하이브리드 SUV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하반기 본격 판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