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시대를 맞아 조직 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과거 ‘수만개 부품을 조립한 기계’로 여겨졌던 자동차가 이제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제어되는 ‘달리는 스마트폰’이 되어가면서 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전통 제조 업체였던 자동차 회사가 수시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 IT 기업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 미래차 시대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란 점에서, 자동차 기업들엔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문화가 더욱 절실해졌다.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는 입사한 직원에게 네 장짜리 ‘안티-핸드북 핸드북(Anti-Handbook Handbook)’이란 제목의 소책자를 나눠준다. ‘핸드북에 반대하는 핸드북’이란 뜻으로 기업이 통상 수십 페이지로 작성하는 매뉴얼이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만약 규정과 정책으로 가득한 매뉴얼을 찾는다면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규정과 정책을 따지는 것은 당신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보여준다. 그건 우리(테슬라)가 아니다”라고 적혀 있다. 회사에 이익이 된다면, CEO인 일론 머스크에게 직접 말할 수 있다고도 쓰여 있다. 그가 만든 자유로운 분위기가 세상에 없던 제품을 내놓는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며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떠오르는 중국 기업들도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첫 전기차 SU7을 낸 빅테크 기업 샤오미는 엄격한 출퇴근 관리나 복장 규정이 따로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급 체계도 단순하다. CEO 밑에 각 팀장과 엔지니어가 있을 뿐 나머지는 직급이 없다. 레이쥔 회장에게 누구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소통 문화가 정착돼 있다.
폴크스바겐은 조직 문화 변신에 실패하면서 미래차 대응에도 늦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폴크스바겐은 과도한 성과주의와 상명하복식 수직 문화로 유명하다. 2007년부터 마틴 빈터콘 전 폴크스바겐 회장이 장기 집권하며 구축한 강력한 리더십이 2015년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를 조작한 ‘디젤 게이트’를 유발했고, 이 같은 내부의 경직된 문화가 폴크스바겐의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의 실패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