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는 100년 역사의 독일·미국·일본 자동차 기업들을 따라잡는 데 지난 50년을 집중했다면 앞으로 50년은 중국 자동차 기업과의 승부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연간 2500만대 안팎이 팔리는 광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최근 2~3년 새 질적으로도 우수해진 전기차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핵심 시장은 각국의 무역 장벽으로 당장은 부딪칠 일이 없지만 아세안·중동·중남미 등에서는 현대차·기아와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다.
중국 기업은 특히 현대차·기아와 같이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이 비슷하다. 중국 현지 기업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4.1%에서 작년 처음으로 56%까지 올랐다. 이들은 2000년대 초 중국에 잇따라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기술을 20년 가까이 배웠고, ‘전기차 굴기’를 목표로 삼은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고 가파르게 성장했다.
단순히 ‘저렴한 차’가 아니라 특정 분야에선 글로벌 기업들보다 기술력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게 무서운 점이다. 독일 고급차 아우디는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차와 공동으로 차세대 고급 전기 커넥티드 차 3종을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폴크스바겐그룹은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 지분도 사들여 기술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미국 빅3 중 하나인 스텔란티스그룹도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립모터 지분 21%를 사들였는데, 이 회사 전기차를 유럽에 판매할 계획이다.
최근엔 BYD(비야디)·상하이자동차·지리자동차 등이 헝가리·태국·멕시코·브라질 등에 공장 건설을 확정했거나 추진 중이다. 중국차에 대한 무역 장벽이 없거나 낮은 지역이고, 동시에 현대차·기아 역시 신시장으로 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 R&D본부인 남양연구소에서는 최근 이런 중국차의 부상이 화제다. 연구소 한 임원은 “중국 기업들은 자존심을 세우기보다 해외의 좋은 기술을 과감하게 모방한 후 자기 것을 덧붙여 발전시키는 그 속도가 특히 위협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