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1위 기업 BYD가 최근 EU(유럽연합)가 높여둔 관세 장벽을 우회하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밖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딱지를 뗀 차를 만들어 유럽 수출에 나서는 것이다.
BYD는 지난 8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정부와 2026년 말 가동할 연 15만대 규모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1996년부터 EU와 관세 동맹을 맺고 있어 유럽에 관세 없는 수출이 가능하다. BYD는 또 헝가리에도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확정했다. 공장 2개가 모두 가동되면 유럽 시장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UBS는 “동유럽에서 생산된 중국 전기차는 주요 유럽 기업들보다 약 25% 가격이 저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BYD가 ‘해외에 지은 첫 전기차 공장’인 태국 공장도 유럽 수출에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공장은 지난 4일 가동에 들어갔다. 연 15만대 규모로 약 4억9000만달러(약 6778억원)를 투입해 만든 곳이다. 동남아 현지 시장 공략이 주요 목적이지만, EU가 관세 부과를 결정할 경우 물량 일부를 유럽 시장 공략에 투입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태국은 EU와 FTA(자유무역협정)를 협상 중이라, 더 유리한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
EU는 지난 5일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관세 10%에 추가로 최대 37.6%포인트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오는 11월 회원국 27곳이 참여하는 투표에서 15곳 이상이 찬성하면 향후 5년간 이 관세가 유지된다.
BYD뿐만 아니라 상하이자동차, 창성자동차, 지리자동차 등 다른 중국 기업들도 미국과 EU의 관세 우회를 위해 태국·튀르키예·멕시코·브라질 등에 현지 공장 설립을 잇따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관세 장벽이 길어야 3~4년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