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에서 시작된 ‘전기차 공포증’이 곳곳에서 ‘님비’(Not in my back yard·우리 뒷마당은 안 된다)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충전 시설이나 주차장 등 전기차 산업의 기본이 되는 시설을 기피하는 현상이 계속되며, 자칫 전기차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생 안전에 대한 조금의 우려도 없어질 때까지 학교 내 전기차충전소 설치를 중단하겠다”며 “지자체와 협의해 학교 내 의무설치 유예기간을 늘리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현재 학교를 포함해 50대 이상 주차 가능한 공중이용시설은 주차 공간의 최대 5%만큼 전기차 충전시설을 의무로 설치해야 한다. 올 1월 이를 유예하는 기간이 끝나, 내년 1월 이후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상황인데 유예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과 기업에선 지하에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려는 사례가 잇따른다. 전라북도는 최근 청사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우선 전원을 차단해 시설 이용부터 당장 금지시켰다. LG디스플레이도 경기도 파주 사업장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시설 이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새 충전소를 지상에 설치하기로 했다.
민간 시설에선 보다 극단적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에선 “불이 나면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쓴 경우에만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마포구의 한 주차시설은 아예 전기차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전기차 차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파란색 번호판이 낙인처럼 느껴진다”거나 “이웃들의 눈치가 보여서 차를 지상에만 주차하고 있다” 등 글이 속속 올라온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님비’는 화재 예방의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안 그래도 부족하다고 여겨졌던 전기차 충전 시설이 이처럼 확충에 난관을 만나게 되면 미래 전기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에서도 밀려날 수 있다”며 “종합적인 관점에서 전기차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대안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