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정비소에서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전기차가 2차 합동감식을 받기 위해 지게차에 실려 정비소 내부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인천 청라에서 불이 난 벤츠 전기차(EQE350)에 중국 업체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된 사실이 알려지며, 중국산 저가 배터리는 더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기 차에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는 이유로 불안해하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고 설명한다.

우선 중국산 배터리가 가격이 저렴한 것은 ‘규모의 경제’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올 1분기(1~3월) 매출 기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은 약 48%다. CATL(29.8%)과 BYD(11.1%)가 1,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2위인 LG에너지솔루션(16%)을 비롯해 전체 약 2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CATL의 경우 중국 밖 글로벌 시장에서도 올 1분기 처음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 확보 및 생산을 자국 내에서 수직 계열화했고, 막대한 내수 시장이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해서다. 중국 정부가 10년 넘게 수십조원의 보조금을 투입하며 자국의 전기차 산업을 키워온 결과인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한국 원전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더 안전한 것은 기술력 때문인데, 중국 전기차·배터리 경쟁력도 비슷한 논리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대부분 자동차 회사는 싸다고 부품을 받지 않는다. 전기차를 만들 때 개발하려는 차에 필요한 성능과 사양을 정해서 배터리 업계에 발주한 후, 조건을 맞춰오는 기업 가운데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다. 또 코로나 사태와 미·중 갈등 속에서 공급망 다변화를 하는 추세도 반영됐다. 한 기업의 제품만 쓰다가 불의의 사태를 맞으면 전체 생산라인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유럽·한국 등 자동차 기업도 자국 배터리 회사뿐 아니라 중국 기업과도 거래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도 중국산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