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중국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던 독일, 미국, 일본 등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중국 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19일 중국자동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올해 7월 중국에 진출한 해외 자동차 브랜드 시장 점유율은 33%로 나타났다. 2022년 2월 56.6%였던 점유율이 2년여 만에 23%포인트나 줄었다.

가장 큰 요인으로 중국의 빠른 전기차 전환이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승용차 시장에선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신에너지차 비율이 51.1%로 월간 기준 50%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전기차 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는 평가 속에 100곳이 넘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가격 할인 경쟁까지 벌이면서 글로벌 브랜드는 점유율과 수익성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이다.

독일 폴크스바겐의 경우 글로벌 기업 중 1984년 중국에 가장 먼저 진출해 상하이자동차와 합작사를 만들어 현지에서 사업을 활발하게 해 왔다. 그러나 지난 2분기(4~6월) 15년 만에 처음으로 1억9000만유로(약 2836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도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올 상반기 중국 현지 합작사에서 2억1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본 혼다는 중국 내 공장 7곳 중 3곳을 폐쇄해 연간 생산량을 149만대에서 100만대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 입장에선 지난해 신차 판매량 3009만대 규모의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다. 그러나 경쟁을 계속 하려니 가격 할인 경쟁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러다 보니 기업별로 대중(對中) 전략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중국 안에서, 중국을 위해’라는 새로운 중국 경영 전략을 발표하며 더 높은 강도의 현지화 전략을 쓸 계획이다. 반면 BMW는 올해 중국에서 판매 가격을 소폭 인상하는 등 판매량이 줄더라도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는 쪽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현대차그룹도 시장 점유율에 집착하지 않고 고품질 전기차를 앞세워 수익성을 지키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