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정비소에서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전기차가 2차 합동감식을 받기 위해 지게차에 실려 정비소 내부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한국산 전기차 생태계가 위기다. 내연차보다 비싼 가격, 충전 불편 등 인프라 부족 문제가 부각되며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침체를 뜻하는 ‘캐즘’이 경기 침체와 맞물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 지난 1일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로 공포증까지 겹쳐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전기차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데 이견이 없다. 2016년 파리협정 이후 세계 각국은 대표적 이동 수단인 자동차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로 하고 일제히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2032년엔 미국에선 신차 판매량의 56% 이상을 전기차로 채워야 한다.

현재 전기차 1위인 미국 테슬라가 처음 전기차를 내놓은 것은 2006년. 그만큼 전기차는 아직 초기 단계라 불편도 크고, 화재 진압 시스템 등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위기 속에서 오히려 더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대전환기에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얘기다. 본지 집계에 따르면 핵심 기업 13곳이 일궈낸 K전기차 생태계는 지난해 매출 기준 약 120조원 규모로 커졌다.

그런데 지금 국내 전기차 시장의 공포감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이러다간 공들여 쌓아 놓은 미래 먹거리 산업인 전기차 산업이 순식간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든든한 내수는 기업이 글로벌 경쟁 속에서 겪을 수 있는 불확실성을 극복할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런 엄혹한 상황에서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대한 비판도 크다. 한 전문가는 “청라 화재 이후 정부는 배터리 충전량을 줄인다거나 ‘지상 주차장 권장’ 같은 궁여지책으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과 불편만 키운 측면이 있다”며 “국민의 불안도 달래야 하겠지만 미래 산업의 발전 방향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