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이르면 2027년부터 나오는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는다. 지난 2021년 제네시스는 하이브리드를 건너뛰고 2025년부터 100% 전기차와 수소차만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제네시스에 대한 이같은 전략에 따라, 그동안 그랜저·싼타페 등 현대차 브랜드를 단 차들만 하이브리드를 생산해 판매해왔다. 하지만 3년만에 이 계획을 수정하고 거의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전환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할 경우가지 대비해 전기차 전환의 징검다리로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적인 판단도 이날 발표의 한 배경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GV70/ 현대차

현대차는 이날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주주·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전략을 발표하는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어 왔다.

현대차는 그동안 그랜저·싼타페 등 현대차 브랜드를 단 차들만 하이브리드를 생산해 판매해왔다. 하지만 3년만에 이 계획을 수정하고 거의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전환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하이브리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 판매 중인 하이브리드 차종을 7종에서 총 14종까지 늘리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금은 아반떼·쏘나타·그랜저 등 현대차 브랜드 7종만 판매 중이다.

여기에 제네시스 하이브리드로 세단인 G70, G80, G90과 SUV인 GV70, GV80 등 총 5종이 추가된다. 현재 개발 중인 전기차 GV90과 판매 중인 전기차 GV60는 제외다.

제네시스 하이브리드는 국내는 물론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렉서스 하이브리드와 치열하게 경쟁을 하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부재가 약점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또 현대차 브랜드에서는 내년 초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현대차는 이 차를 시작으로 현재 전기차에만 적용된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모든 하이브리드에서도 쓸 수 있게 상품성을 높일 계획이다. 차에서 전기를 빼내 외부 전자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기능으로, 캠핑 등 야외활동에 요긴해 소비자 수요가 높다.

이날 현대차가 발표한 또 하나의 무기 ‘EREV’는 해외 시장이 타깃이다. 한번 충전하면 900km를 달릴 수 있는 만큼 땅 덩이가 넓어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수요가 많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 내놓는다. 아직 한국 출시는 계획이 없다. 현대차 싼타페와 제네시스 GV70 같은 중형 SUV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캐즘이 한창이지만, 현대차는 제네시스까지 포함한 전기차 판매 목표를 2030년 글로벌 200만대로 지난해와 똑같이 유지했다. 전기차 포함 전체 판매 목표는 555만대다.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EREV 등을 앞세워 전기차 보릿고개를 넘으면서 장기적인 전기차 개발 속도는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연말 출시 예정인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도 예정대로 나온다. 현대차는 앞으로 10년 동안 이 같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120조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장재훈 사장은 “현대 웨이는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차만의 유연한 대응 체계로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