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위 자동차 기업인 BYD가 지난 2분기(4~6월) 98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7위에 올랐다. 중국 자동차 기업으로는 최고 기록이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BYD는 작년 2분기 10위였는데, 1년 만에 일본의 혼다와 닛산, 스즈키를 모두 제치고 세 계단 올라섰다. 2분기 실적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6% 오른 1762억 위안(약 33조2000억원), 순이익은 33% 오른 91억 위안(1조7148억원)을 기록했다.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병행하는 전략으로, 테슬라에 비해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을 상대적으로 잘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세계 최대 규모 내수를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캐즘 속에서도 버티는 여력이 많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동력도 생기는 것이다. 향후 BYD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자동차가 무섭게 추격하자 EU(유럽연합)와 미국이 중국 차에 대한 무역 장벽을 세울 계획을 밝혔지만, 업계에선 중국 자동차들이 우회로를 찾아 질주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가 비결
지난 2분기 BYD가 글로벌 7위 업체로 올라설 수 있던 것은 ‘하이브리드’ 전략이 주효했다. BYD는 전기 충전도 되고 기름으로도 달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만든다. 지난 2분기 BYD의 순수 전기차(약 42만대)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20% 안팎 오른 반면, PHEV(약 56만대)는 같은 기간 약 60% 급증했다. 중국에서도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상황에서 충전 부담이 덜한 PHEV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BYD는 전기차 회사인 동시에 배터리 세계 2위 기업이기도 하다. 배터리를 자체 개발할 수 있어 전기차 분야에선 한 수 위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독일 등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지역의 자동차 기업들은 해외 배터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 점에서 차별화되는 것이다. BYD는 지난 5월, 배터리를 100% 충전하고 기름 연료를 가득 채울 경우 최대 2100km를 달릴 수 있는 PHEV 차량 Qin L과 Seal 06을 출시하기도 했다. 자체 개발한 5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으로, 열효율을 높이고 배터리 출력 밀도를 대폭 높여 성능을 개선했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중국 내수 역시 BYD의 뒷배가 되고 있다. NYT는 지난 2월 BYD에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총 26억달러(약 3조5000억원)의 정부 지원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BYD를 비웃는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전기 제품 지배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했다.
◇해외 공장 건설하며 무역 장벽 회피
중국은 올 상반기 자동차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279만대를 기록하며 ‘자동차 수출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처음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국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는 건, 현지 공장을 세운 테슬라 등 일부 해외 업체의 수출이 늘어나는 영향도 있지만 80% 이상이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들의 해외 시장 공략의 결과다.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 내수는 1125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에 그쳤다. 수출 성장률(31%)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수출을 넘어, 해외에 직접 생산 기지를 건설하며 무대를 넓히고 있다. EU가 10월부터 최고 46.3%, 미국이 다음 달부터 최고 100%의 관세를 중국산 차량에 부과할 방침을 밝히면서, ‘중국산’ 딱지를 떼려는 움직임은 더 가속화하고 있다. BYD도 이런 배경에서 해외로 공장을 건설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는 해외 판매가 10% 안팎이다. 스텔라 리 BYD 수석 부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향후 글로벌 매출에서 해외 시장이 거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 했다. 당장은 관세 장벽이 낮은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시장을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BYD는 지난 7월 태국에 해외 첫 전기차 공장을 완공했고, 최근엔 튀르키예와 헝가리에도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