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이 설립 87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자동차 및 부품 공장 2곳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뒤,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열린 폴크스바겐 노사 회의에는 직원 2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 아르노 안틀리츠 폴크스바겐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경영진을 향해 “우리는 폭스바겐이고, 당신은 아니다” 등 구호를 외쳤다. 노조는 폴크스바겐이 공장을 폐쇄할 경우, 파업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다니엘라 카발로 노사협의회 의장은 “경영진은 금기를 크게 깨뜨렸고, 직원들은 우리(노조)가 부르면 달려올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노조의 반대에도 폴크스바겐은 공장 폐쇄 계획을 돌이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틀리츠 CFO는 이날 노사 회의에서 “유럽에서 자동차가 코로나 이전보다 200만대 적게 팔리고 있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야 한다. 상황을 반전시킬 시간이 1~2년 남았다”고 했다. 매출의 30%가 나오는 중국에서 작년 처음으로 내수 점유율 1위를 BYD(비야디)에 빼앗겼고, 안방인 유럽 시장이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구조 조정은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의 자동차 판매량은 2019년(약 1580만대) 이후 4년 연속 1300만대를 넘기지 못했다. 작년 판매량은 약 1280만대에 그쳤다.
독일 정부는 뒤늦게 진화에 나서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공장 폐쇄 계획을 밝힌 지 이틀 만인 4일 전기차 세금 감면 정책을 부활시키기로 했다. 기업이 구매한 전기차에 한해, 차량 가격의 최대 40%까지 세금을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독일에선 작년 12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올 들어 전기차 구매가 20% 가까이 급감했었다. 당장의 전기차 수요 급감을 막을 순 있겠으나, 이것만으로는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폴크스바겐의 구조 조정 계획을 막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폴크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1~6월) 기준 6.3%로, 2022년(9.7%)과 지난해(7.2%)에 이어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