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기업들이 3000만원대 안팎의 좀 더 저렴한 전기차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보조금을 포함해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내놨다. /현대차

3000만원짜리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자동차 업계는 세계에 확산 중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더 작고 저렴한 전기차를 준비해왔다. 여기에 인천 청라의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국내에서 생겨난 불안감 여파로, 전기차를 더 싸게 내놓는 경우가 늘면서 3000만원대 전후에서 소비자 선택지가 대폭 커진 것이다.

특히 중국산 테슬라가 국내에 과거보다 저렴하게 수입되면서 판매가 빠르게 늘어난 여파도 크다. 국산차나 다른 수입 브랜드가 시장점유율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전기차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나 화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는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자동차 업계 입장에선 지금이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중요한 고비인 셈이다. 전기차에 관심 있던 소비자 입장에서도 전기차를 더 좋은 조건에서 경험해 볼 기회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신차는 기아 EV3다. 공인 주행거리(롱레인지 모델·17인치 타이어 탑재 기준)가 501㎞로, 먼저 출시된 더 큰 전기차 못지않다. 그러면서 차 가격은 스탠더드 모델이 4208만원이다. 세제 혜택과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이 더해지면 3000만원대 초중반에 구입할 수 있다. 최신 전기차 기술이 망라된 것도 장점이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더 저렴하다. 롱레인지 모델인 ‘인스퍼레이션’이 3150만원부터 시작해, 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2000만원대 초중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1회당 주행거리는 완충 시 315㎞다.

이런 강점 덕에 지난 8월 청라 화재 여파에도 EV3는 4002대, 캐스퍼 일렉트릭은 1439대가 팔려 국산 전기차 중 판매 1, 2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현대차는 기존 주력 전기차였던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코나 일렉트릭의 실속형 버전을 내놨다. 일부 옵션을 덜어내 보조금 포함 구매 가격을 3000만원대로 낮춘 것이다.

수입차 시장은 테슬라가 주도 중이다. 1~8월 모델Y가 1만2879대, 모델3가 9002대 팔렸다. 가장 인기 있는 모델Y 가격이 보조금 포함 5000만원대 초반이다 보니 경쟁 차량들은 이보다 더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하는 사례가 많다.

폴크스바겐은 적극적인 할인 마케팅 등을 통해 주력 전기차 ID.4를 서울 기준 3999만원에 구입할 수 있게 했다.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 전기차 ID.4가 눈길을 끈다. 원래 5990만원짜리인데 1386만원을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라 서울시 기준 전기차 보조금을 감안하면 3999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지난 8월 911대가 팔려 수입차 전체에서 판매량 5위에 올랐다.

이보다 좀 더 가격대는 더 높지만 하반기엔 수입 소형 전기차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프가 최근 내놓은 소형 SUV 어벤저가 눈에 띈다. 작년 유럽 올해의 차에 오른 제품으로, 한 번 충전해 292㎞를 달리고 5290만원부터 시작한다. 보조금 포함 4000만원대 구입이 가능하다. 볼보 EX30도 본격 인도가 시작되면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