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출시된 기아의 소형 SUV EV3. 보조금 포함, 3000만원대에 구입 가능한 전기차다. /기아

기아가 지난 7월 출시한 전기차 EV3는 알차다. 최근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타 본 이 소형 SUV는 전장(4300㎜)과 휠베이스(2680㎜)가 수치상으론 동급의 니로 EV보다 각각 120㎜, 40㎜ 작다. 그러나 운전석에 앉으면 머리와 어깨, 다리 등이 닿는 공간이 중형 SUV 못지않게 넉넉해 놀라게 된다. 비슷한 기능을 지닌 부품을 한데 묶는 ‘패키지 설계’로 내부를 넓혔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시승한 EV3 롱레인지 모델은 전기차의 불편한 점으로 지목된 주행 거리도 넉넉하다. 81.4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탑재해, 공인 기준 501km를 달릴 수 있다. 상위 모델인 EV6 못지않다. 그리고 전기차 보조금 포함, 3000만원대 중후반에 구입 가능하다. 지난달 4000대가 넘게 팔리며 국산 전기차 월간 판매 기록을 경신한 비결이다.

특히 EV3에 적용된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이 전기차 운전 재미를 높였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앞차와의 거리, 과속방지턱 등 도로 상황을 고려해 자동으로 감속하는 기능이다. 감속할 때 승차감이 부드러웠고 자동으로 정차까지 할 수 있어, 브레이크의 사용 빈도가 크게 줄었다. 기존 회생 시스템은 시속 9km 이하에선 자동 감속이 되지 않았는데, EV3는 서서히 멈추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특히 잦은 정차를 해야 하는 도심에서 이 기능이 유용했다.

다만 기아 전기차 최초로 적용된 생성형 AI(인공지능) 기반의 음석 인식 기능 ‘기아 AI 어시스턴트’는 활용성이 떨어져 아쉬웠다. 여러 기업들이 내놓는 비슷한 기능에 비해 자연스럽지 않은 대답이 종종 나왔다. 앞으로 이용자가 늘어나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