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가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소형 SUV인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은 지난달 국산 전기차 판매 1·2위를 차지했다. 각각 4002대·1439대 판매됐고, 이를 합하면 지난달 국산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에 달한다. 두 차의 공통점은 주행을 돕는 첨단 기술이 대거 도입됐고, 실내 공간이 넉넉하다는 점. 저렴한 가격이 거의 유일한 장점이었던 작은 차가 각종 기술로 무장하며 최신 유행을 이끄는 셈이다.
◊첨단 기술 각축장 된 소형차
기아의 EV3는 전장(4300㎜)과 휠베이스(2680㎜)가 수치상으론 동급의 니로 EV보다 각각 120㎜, 40㎜ 작다. 그러나 실제 운전석에 타보면 머리와 어깨, 다리 등이 닿는 공간이 중형 SUV처럼 넉넉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비슷한 기능을 지닌 부품을 한데 묶는 ‘패키지 설계’를 한 덕분이다.
EV3에 적용된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도 실제 주행할 때 체감되는 신기술 중 하나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앞 차와의 거리, 과속방지턱 등 도로 상황을 고려해 자동으로 감속하는 기능이다. 기존에는 이 시스템이 시속 9km 이하에선 자동 감속이 되지 않았는데, EV3는 서서히 멈추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또, EV3에는 기아 전기차 최초로 AI(인공지능) 기반의 음성 인식 기능 ‘기아 AI 어시스턴트’가 적용됐다.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에는 국산차 최초로 페달 오조작을 방지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차가 정차해 있거나 저속으로 달리는 상황에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세게 밟으면 이를 페달 오조작으로 판단해 차를 멈추게 한다. 차량 전후방 1m 이내에 장애물이 있고, 빠른 시간(0.25초) 안에 가속 페달을 최대로 밟으면 이 기능이 작동한다. 정상적인 주행 상황에서 페달 오조작 기능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캐스퍼 일렉트릭은 경차인 내연차 보다 길이와 폭이 230㎜, 15㎜씩 늘어나면서 소형차가 됐다. 그 결과 실내 공간, 특히 뒷좌석이 기존 캐스퍼에 비해 확연히 넉넉해졌다.
크기가 작은 차는 주행을 돕는 첨단 기술이 적용됐을 때, 운전자가 특히 체감하기 쉽다. 고급차에 비해 주행 성능, 정숙성 등에 대한 기대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술에 주행 시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선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에 적용된 기술이 향후 다양한 차종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각형 디스플레이 공식 깼다
최근 작은 차들은 실내 공간을 개성 있게 꾸미면서, 젊은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가 지난 6월 출시한 ‘미니 쿠퍼S 3도어’와 ‘미니 컨트리맨’이 대표적이다. 두 차량 모두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완전 변경되면서, 실내에 지름 240㎜짜리 동그란 OLED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차량용 원형 OLED로, 마치 태블릿PC가 차 안에 달린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사각형 디스플레이가 업계에선 일종의 공식처럼 자리 잡혀 있기 때문에 처음엔 다소 어색하지만, 미니 브랜드 고유의 동그란 이미지와 어울린다는 평을 받는다. 계기판, 실내 공조 제어 기능, 게임 등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여기서 쓸 수 있다.
다만 이런 첨단 기술이 도입되면서 작은 차들의 가격은 점점 오르고 있다. 기아에 따르면, 작년 가장 인기를 끈 경차인 레이 구매자(승용 모델 기준)의 58%는 상위 트림(세부 모델)인 시그니처와 그래비티를 선택했다.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이탈 방지 보조 등 첨단운전자보조(ADAS)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된 모델이다. 기본 트림 ‘트렌디’ 판매는 작년 7%에 불과했다. 레이는 1.0 가솔린 모델 기준, 트렌디가 1390만원이고 시그니처와 그래비티는 이보다 각각 400~500만원 안팎 비싸다.
지난 6월 연식 변경을 거쳐 출시된 기아 경차 모닝도 이런 경향을 반영했다. 기존 3개 모델 외에 최상위 모델인 ‘GT라인’이 추가됐다. GT라인에는 버튼식 사이드 브레이크 등이 기본 탑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