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음에도 중국 자동차 굴기(崛起)가 꺾이지 않는 배경에는 공급망 파워가 있다.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 내수에서 BYD(비야디) 등 자국 브랜드에 밀리면서 최근 수익성이 악화됐음에도, 중국에는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것이 이런 배경이다.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초 설립 87년 만에 처음 독일 내 자동차 및 부품 공장 2곳을 폐쇄하면서도, 중국 허베이성에선 VCTC(폴크스바겐 중국 기술 회사)를 올 초부터 운영하며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향후 이곳에서 만드는 자동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현지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투자,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합작사에서 내년부터 보급형 전기차 CLA 등을 생산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공급망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풍부한 핵심 광물을 바탕으로, 배터리 가공 및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2분기(4~6월)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0위 내 중국 업체가 6개다. CATL(1위·31.6%), BYD(3위·11.9%) 등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50%를 넘는다. 양극, 음극 등 리튬 이온 배터리 소재 출하량 점유율도 90% 안팎에 이른다.
최근에는 내연차 부품에서도 세계적인 부품사가 나오고 있다. 유럽 컨설팅 업체인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자동차 엔진 등을 만드는 부품사 웨이차이는 작년 매출 기준 세계 8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열효율(53.09%)을 지닌 디젤엔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오스트리아·독일·프랑스 등 부품 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왔고, 자체 기술력도 확보한 것이다.
공급망이 중국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일본·독일 등 부품 강호들은 최근 고강도 구조 조정을 발표하고 있다. 독일 2위 부품사 ZF는 올해 독일 공장 두 개를 폐쇄하고, 향후 6년 동안 최대 1만2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부품사 포르비아도 5년에 걸쳐 유럽 직원의 13% 수준인 약 1만명을 해고하겠다고 올 초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