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3월 1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위원회 본부 밖에 유럽 연합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유럽연합(EU)이 4일(현지 시각)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이 지난달 27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올린 데 이어, 유럽도 가세한 것이다. 이를 놓고 “세계 전기차 시장 장악에 나서려던 중국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는 회원국 투표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프랑스·이탈리아 등 10국이 찬성하고 독일·헝가리 등 5국은 반대, 나머지 12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이 관세안이 부결되려면 회원국 27국 중 15국 이상의 반대표가 필요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해 그대로 통과됐다. 이날 결정으로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는 최소 17.8%에서 최대 45.3%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오는 31일부터 5년간 적용된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해온 중국 전기차는 최근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 해외 수출 물량은 2020년 50만대 안팎에서 지난해 100만대를 돌파하며 3년 만에 2배가 됐다. 특히 BYD와 같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최근 자국 내수 시장의 성장이 부진하자, 해외 수출에 사활을 건 상태다. BYD의 경우, 수출 비율이 지난해 8%였지만, 올 1~7월 14%까지 올랐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는 값싼 가격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유럽운송환경연합(T&E)에 따르면, 지난해 EU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약 19.5%가 중국산이다. 올해는 25% 이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유럽 자동차 기업들은 안방인 유럽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에 밀려 고전해왔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 여파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내수 침체까지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들이 이번 관세 부과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한국 완성차 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융합연구원장은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진출 속도가 더뎌지면서 국내 완성차 기업들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이미 중국 업체들이 유럽에 생산 기지를 짓고 있고, 관세 부과에도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시장에 뛰어들 수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