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각) 오후 8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각진 외형에 일(一)자 램프를 단 차가 달려오더니 서서히 멈춰 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다가가자, 차의 양쪽에 달린 문 두 개가 자동으로 열렸다. 차 내부엔 사람이 없었고, 운전대와 페달도 없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개발한 로보택시(무인 자율 주행 택시) ‘사이버캡’(CyberCab)이다.
테슬라의 로보택시가 이날 행사 ‘위, 로봇’(We, Robot)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2020년 공개하려고 했던 당초 예정보다 4년 늦어졌고, 올 들어서도 일정을 한 차례 미뤄 이날까지 왔다. 그만큼 로보택시는 테슬라가 ‘4차 모빌리티 혁명’의 핵심으로 보고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머스크는 자율주행 시대에는 사람이 없어도 24시간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량이 소유가 아닌 공유 개념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로보택시를 구매한 소비자가 차량을 자신이 쓰지 않을 때 택시로 운영하며 요금을 받게 하고, 테슬라도 여기서 수수료를 받아 이익을 창출하고자 한다.
머스크는 이날 로보택시의 대략적인 양산 시기와 가격을 공개했다. 그는 “나는 시간에 대해 약간 낙관적인 경향이 있지만 2026년까지 대량으로 (로보택시를) 만들 것”이라며 “가격은 3만달러(약 4000만원)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로보택시에 대한 기대와 우려 속에 테슬라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 큰 폭으로 오르내렸다. 지난달 18일 연준의 금리 인하 소식 직후 지난달 30일까지 주가가 15% 급등했으나, 이후 로보택시 공개를 앞두고 우려가 높아지며 발표 전날까지 주가가 8% 가까이 떨어졌다.
시제품 공개에도 이날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행사 직후 테슬라 주가가 장외 거래에서 한때 5% 안팎 떨어지기도 했다. 로보택시에 적용되는 자율주행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부 규제는 어떻게 넘을 것인지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투자 회사 래퍼텡글러의 낸시 텡글러 CEO는 “공개된 구체적 계획은 3만달러 사이버캡 이외에는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