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인도 증시 상장에 앞서 인도를 방문, 현지의 미래 성장전략을 점검하고 직원들과 직접 소통했다./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인도법인(HMI)의 상장식이 열린 인도 뭄바이 인도증권거래소(NSE). 오전 10시에 맞춰 관람객들의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상장을 의미하는 종을 힘차게 울렸다. ‘모든 인도인을 위한 현대(A Hyundai for every Indian)’라는 문구가 적힌 무대는 인도 국기의 색깔에서 본따 흰색 바탕에 주황, 초록 등으로 꾸며졌고, 행사 시작 전부터 인도 전통음악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현대차 인도법인은 인도 진출 이후 인도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며 “인도가 곧 미래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도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R&D 역량을 확장, 2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미래 기술의 선구자가 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이곳 인도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증시 사상 최대규모 IPO

현대차 인도법인 기업공개에는 블랙록, 피델리티, 싱가포르 정부 등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며 희망했던 가격 범위에서 가장 높은 주당 1960루피(약 3만2000원)로 결정됐다. 현대차가 지분 100% 가운데 17.5%를 매각해 조달하는 금액은 2720억루피(약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번 상장은 완성차 기업으로는 인도 1위 업체인 마루티 스즈키(2003) 이후 21년 만이다. 2720억루피에 이르는 IPO 규모는 2022년 인도보험공사(2101억루피), 2021년 온라인 결제업체 Paytm(1830억루피)를 넘어서는 인도 증시 사상 최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도 증시가 최근 빠르게 성장하며 자본 시장으로서 매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인도 2위 완성차 업체로 현지에서 지명도가 높다는 점 등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1996년 진출 28년 만의 상장

현대차는 1990년대 후반 해외 시장으로 진출에 나서면서 인구 대국이지만 자동차 불모지였던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1996년 법인 설립과 함께 2억6000만달러를 들여 첸나이에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1998년부터 경차 아토스를 모델로 한 전략 차종 쌍트로를 내놓으며 2년 만에 점유율 14%대에 올라섰다.

이어 유럽용으로 개발한 i10, i20를 현지에 맞게 특화하며 고급 이미지도 쌓았다. 2015년엔 세단 위주였던 인도 시장에 도심형 SUV 크레타를 내놓으며 인도 SUV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9년 코나 EV를 내놓으며 인도 시장에 처음으로 전기차를 선보인 데이어 지난해에는 아이오닉5를 출시하며 인도 전기차 시장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1위인 마루티 스즈키와 격차를 좁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를 중국과 러시아를 대체하는 시장으로 삼으며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것이다.

타룬 가르그 HMI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최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인도를 신흥시장을 위한 제조 허브로 삼을 것”이라며 “3~4년 안에 30%가량 생산량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