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4 아이디어 페스티벌’. 전기차 아이오닉 5 운전자가 우측을 바라본 채 고개를 살짝 들자, 차량 우측을 비추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 화면이 기존보다 아래를 비춰 뒷바퀴가 온전히 드러났다. 차량 내부 카메라가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 우측 뒷바퀴를 보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현대차 로보틱스비전 AI팀 연구원들이 개발한 ‘ADSM(Active Digital Side Mirror)’ 기술로, 기존엔 버튼을 눌러 조정했던 디지털 사이드 미러 화면을 운전자의 시선에 따라 자동 조정하게 한 것이다. 원종하 책임연구원은 “AI가 운전자의 시선과 움직임을 학습한 기술로, 좁은 골목을 지나가거나 주차를 하는 상황에서 손쉽게 사각지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아이오닉 5 운전자가 우측을 바라본 채 고개를 살짝 들자, 차량 우측을 비추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 화면이 기존보다 아래를 비춰 뒷바퀴가 온전히 드러났다. /현대차그룹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차 덕후들’이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에선 현대차그룹의 R&D(연구·개발) 역량을 보여주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대거 공개됐다. 현대차·기아가 임직원들의 연구 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2010년부터 주최, 올해 15회를 맞는 행사다. 연구 차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적용 가능한 기술들이 여기서 나온다. 신형 싼타페에 적용된 ‘양방향 멀티 콘솔’이 2021년 이 행사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아이디어다. 보통 앞좌석에서만 열 수 있는 콘솔을 뒷좌석에서도 열 수 있게 한 것이다.

25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4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아이오닉 5 운전자가 우측의 ‘디지털 사이드 미러’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 상태에서 고개를 위로 들자,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기존보다 아래쪽을 비추며 우측 뒷바퀴 타이어가 화면에 나타났다. /현대차그룹

이날 행사에선 본선에 오른 6개 팀이 아이디어를 실제 차량에 적용해 시연했다. 예년까지는 앱이나 서비스처럼 무형의 아이디어를 개발할 경우 시연을 하지 않아도 됐는데, 올해는 실제 물건으로 제작해 시연하는 것이 필수였다. 소프트웨어, 콘텐츠와 관련된 기술도 시연이 이뤄진 이유다.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트리이비’가 대표적. 친환경차 운전자가 달릴수록 가상의 나무가 자라나, 이를 홀로그램 형태로 차 뒷유리에 비춰 밖에서 볼 수 있게 한 기술이다. 차량 내부에서 앱을 통해서도 이 나무를 볼 수 있어, 마치 게임을 하듯 나무를 키우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친환경차를 이용하는 이들이 자신이 실제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일상과 맞닿은 고민이 기술로 구현된 것도 여럿이었다. ‘스마트 러기지 시스템’은 와인병처럼 깨지기 쉬운 물건을 트렁크에 보관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운전대 옆에 장착된 버튼을 누르면 트렁크 내부 에어포켓이 부풀어 올라, 물건이 흔들리지 못하게 잡아준다. 트렁크 바닥을 제외한 5개 면에 에어포켓을 하나씩 장착, 최대 10초 안에 트렁크 내 빈 공간을 없앤다. 특히 물건을 나르는 상용차에 이를 적용할 경우, 배송 시 파손 위험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25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4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트렁크 내부 물건의 파손을 막는 ‘스마트 러기지 시스템’을 시연하는 모습./현대차그룹

그밖에 목적에 따라 상용차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플랫폼인 ‘다목적 소형상용차 바디빌더(Bodybuilder) 모듈’, 수소전기차에서 발생한 물을 활용해 실내 습도를 높이는 ‘H-브리즈(BREEZE)’ 등이 시연됐다. 바람과 진동을 이용해 차량이 방전됐을 때 전력을 공급하는 ‘무환동력’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는 기술 시연이자 축제였다. 100여명의 현대차그룹 직원이 참여해 본선에 오른 이들을 지켜봤다. 이 중 50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구성원심사위원단’이 눈길을 끌었다. 모두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 그간 남양연구소 직원들이 행사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긴 했지만, 신입사원만 심사에 참여시킨 건 올해가 처음이다. 외부인의 시선에서 기술의 참신성을 평가하고, 신입사원들이 현대차그룹의 R&D 문화를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현대차 R&D본부장 양희원 사장 등 임원과 구성원심사위원단의 점수를 각각 60%, 40% 반영한 결과 ‘ADSM’ 기술이 대상을 받았다.

현대차 양희원 사장은 “엔지니어들이 남양연구소에 모여 있는 이유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현실화해서 고객에게 놀라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과거엔 자동차 하드웨어 위주 페스티벌이었지만, 올해는 특히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중요성을 연구원들이 인식하고 아이디어로 표출한 것이 돋보였다”며 “빠른 시일 내에 이 기술들을 선보이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통신을 통해 짐칸의 전자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다목적 소형상용차 바디빌디 모듈’을 시연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다목적 소형상용차 바디빌디 모듈’ 을 시연하는 모습. 전용 앱에서 소방차, 청소차 등으로 설정을 바꿀 수 있다. / 현대차그룹
에너지 하베스터를 활용한 보조 전력원 ‘무환동력’ /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