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SDV(소프트웨어 중심인 차)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레거시 업체 보다는 후발 주자에게 기회가 되는 게 사실입니다. 불과 4~5년 전만해도 이런 기회를 이용하는 건 테슬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업체 중 누군가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일 한국경영인학회(KALM)와 한양대 경영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중국 전기차의 생태계와 경쟁력, 한국의 대응전략은?' 포럼에 착석한 내빈들. /한양대 경영연구소

양진수 현대차 모빌리티산업 연구실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 의회별관에서 열린 포럼에서 말했다. ‘중국 전기차의 생태계와 경쟁력, 한국의 대응전략은?’을 주제로 한국경영인학회(KALM)와 한양대 경영연구소가 개최한 자리다. 그는 “중국 업체가 전동화를 선도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의 산업 생태계에 기반한 원가 경쟁력이 자리잡고 있다. 자율 주행과 소프트웨 등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중국 업체의 혁신 속도가 위협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중국 전기차의 경쟁력을 분석하는 이날 포럼에는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자동차·배터리 업계 관계자와 교수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중국 전기차의 공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과 이를 막기 위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환경 규제 완화와 관세 장벽으로 인해 ‘전기차 디커플링(De-coupling)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또,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기업들 외에, EREV를 앞세운 리오토, 소프트웨어 기술을 앞세운 샤오미 등 신규 업체가 성장하며 전기차 생태계가 풍부해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전기차 생태계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배터리 원료 및 소재 분야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가 심화되었고, 이는 국내 공급망에서도 가장 취약한 연결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을 (배터리) 공급망 체질 개선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박정규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는 “중국 전기차 산업은 자동차 강국이 되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정책과 기업가의 노력이 결합된 결과”라며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협업 증대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박병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 발전에서 보듯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신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