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차기 CEO로 내정된 호세 무뇨스 사장이 21일(현지 시각) 미국 LA(로스앤젤레스) 오토쇼에서 “우리는 어떠한 규제에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일주일 전 CEO로 임명된 뒤 처음으로 국내외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 같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기조에 대응할 수 있단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전기차는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길이지만, 그 과정에서 유연하게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수소전기차까지도 생산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21일(현지시각)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4 LA 오토쇼에서 호세 무뇨스 사장이 발언하는 모습. /현대차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첫 외국인 CEO다. 관세 인상과 내연차 중심 정책으로 자동차 산업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가운데, 선제적으로 대응력을 높이고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려는 차원의 인사였다. 무뇨스 사장은 2019년 현대차에 합류, 미주권역담당 겸 북미권역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끌었단 평을 받는다.

이날 무뇨스 사장은 “미국은 현대차에 현재도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해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실제 현대차 판매량에서 미국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작년엔 글로벌 판매량(약 422만대) 중 5분의 1이 미국이었다. 작년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재작년 대비 11% 안팎 급증한 약 87만대를 기록했다. 처음 미국 판매 80만대를 넘긴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서는 “(현대차는) IRA 시행 이전인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세금과 보조금에 기반해 사업 계획을 짜진 않는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지난 10월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규모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을 가동하며 IRA로 인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IRA 폐지가 거론되자, 불이익을 보게 되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왔었다. 무뇨스 사장은 “HMGMA 발표 시점은 IRA가 시행되기 이전”이라며 “해당 공장 설립 결정이 인센티브를 고려한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무뇨스 사장은 향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전환에 대해선 “전기차는 장기적으로 가야하는 길”이라고 했다. “정의선 회장님과 장재훈 사장님께서 정한 방향성이 기본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글로벌 기준 3위의 자동차 제조사이자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테슬라에 이어 2위 업체에 올랐다”며 “전략이 이미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큰 변화를 주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