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어깨와 팔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처음 공개하고, 내년부터 공식 출시한다.

근력을 보조하는 '엑스블 숄더' 로봇을 착용한 로보틱스랩 연구원이 팔을 올려 모형 차량 하부의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28일 현대차그룹은 전날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행사를 열고 로봇 ‘엑스블 숄더’를 최초 공개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산업용 착용 로봇이다. 산업 현장에서 팔을 위로 올려 작업할 때, 로봇이 힘을 더해줘 어깨나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준다.

현대차그룹은 이 로봇을 이용해 제조업 분야 근로자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근로자 고령화로 인해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자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산업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업자들의 근골격계 부담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한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2018년 산업용 착용 로봇 연구에 착수, 2022년부터 시제품을 활용해 국내외 현대차·기아 공장에 시범 적용해 왔다. 이 과정에서 300여명의 사용자로부터 들은 요구 사항을 반영해, 지금의 형태가 됐다.

엑스블 숄더의 가장 큰 특징은 ‘편의성’이다. 사용자가 움직일 때 로봇 내부의 스프링이 움직이며 발생하는 탄성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충전이 필요 없다. 실제 착용할 경우 어깨 관절 부하를 최대 60%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자동차 회사의 로봇인 만큼, 실제 차량에 사용되는 부품을 대거 사용해 강성을 확보하고 중량을 줄였다. 고성능 차량에 쓰이는 ‘탄소 복합 소재’와 ‘내마모성 소재’를 적용, 알루미늄 소재 대비 3.3배 튼튼하게 했고 무게는 40% 줄였다. 팔 받침 등 사용자 몸에 직접 닿는 부분은 자동차의 크래시 패드에 쓰이는 ‘내충격성 소재’를 활용했다. 돌발 상황에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엑스블 숄더는 조끼 형태로, 신체 조건에 따라 사이즈를 고를 수 있다. 약 1.9kg 무게로, 본체 길이는 406mm부터 446mm까지 조정 가능하다. 본체와 착용부(조끼)를 탈착 가능해 관리가 편하다. 또, 한 쪽 팔로 작업하는 경우에는 본체를 분리해 한쪽만 사용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로봇이 자동차 분야를 넘어, 건설·조선·항공·농업 등 산업 전반에서 사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현대차·기아 생산 부문에 엑스블 숄더를 공급하고, 내년부터 현대차그룹 27개 계열사를 포함한 다른 기업으로 판매를 늘린다. 2026년에는 유럽, 북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밖에 현대차그룹은 무거운 짐을 들 때 허리를 보조해주는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웨이스트(X-ble Waist)’, 재활을 위한 의료용 착용 로봇 ‘엑스블 멕스(X-ble MEX)’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 현동진 상무는 “엑스블 숄더는 현장 근로자들의 피드백과 로보틱스랩의 기술을 융합하여 개발한 착용 로봇”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착용 로봇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제품군 개발과 보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며, 인류에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진보에 앞장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