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시 후 6년 만에 완전 변경 모델을 선보인 현대차의 대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 팰리세이드가 사전 계약 첫날에만 3만3000대 넘게 팔렸다. 현대차그룹의 역대 신차 중 첫날 사전 예약 기준으로는 아이오닉, 더 뉴 카니발에 이어 셋째로 많은 기록이다. 특히 이번에 처음 내놓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체 계약 건수의 70%를 차지하며 돌풍을 이끌었다. 올해 국내 최고 인기 차량 등극이 유력한 기아 쏘렌토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경쟁력이 강한 차종들이 판매량 1~5위를 휩쓴 가운데 팰리세이드도 하이브리드 바람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 차량은 디젤에 이어 가솔린도 입지가 줄어들고, 전기차는 화재 우려, 충전 등 인프라 부족에 따른 불편, 보조금 삭감 등에 따라 국내외에서 판매가 주춤하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하이브리드 차의 유행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모델도 하이브리드가 인기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내년 1월 판매를 시작하는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사전 계약 첫날인 지난 20일, 3만3567대 계약을 맺었다. 6년 전 팰리세이드 첫 출시 당시 사전 계약 대수(2만대)와 비교하면 1.5배를 웃도는 수치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아직 인증 절차가 남아 1월 중순부터 인도하는 가솔린 모델보다 더 늦게 받을 수 있고, 가격도 600만원 이상 비싸지만 두 배 이상 계약자가 몰리며 대세를 입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연비는 리터(L)당 14㎞ 정도로 9㎞ 수준인 가솔린을 크게 앞선다”며 “연료비만 연간 100만원가량 아낄 수 있고, 세금 감면, 공영 주차장 할인, 통행료 면제 등을 더하면 불과 몇 년 안에 차량 가격 차이는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기술이 발달하며 연비나 1회 주유 시 주행거리 등 성능이 크게 개선된 것도 하이브리드의 매력을 더했다는 진단이다.
◇대세 이어가는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는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좌우한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올 1~11월 기준 작년보다 10.2% 늘어난 8만5710대를 팔면서 연간 1위 등극이 유력한 기아 쏘렌토는 전체 판매량 중 71.3%인 6만1079대가 하이브리드였고, 2위인 기아 카니발도 작년 말 판매를 시작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체의 절반(47.5%)을 차지했다. 3위 현대차 싼타페 또한 71.4%가 하이브리드 모델로 나타났고, 4위와 5위인 스포티지와 그랜저도 절반 안팎인 42%, 53.6%가 하이브리드 모델로 집계됐다. 신차일수록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율은 절대적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9월 출시한 중형 SUV 그랑콜레오스는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90%에 이른다”고 전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내수 시장에서 25만5713대였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은 올해 같은 기간엔 25.9% 급증한 32만1857대로 늘었다. 순수 전기차(EV)가 10만9882대에서 18.8% 줄어든 8만9233대로 쪼그라든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11월 기준 하이브리드 차는 전체 자동차 판매(14만4258대) 중 35%를 차지해 가솔린(39%)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경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화재 우려와 충전 불편 탓에 곧바로 순수 전기차 사기를 주저하는 소비자들이 친환경이면서 연비도 우수한 하이브리드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 위축 속 국내외서 관심 더 커져
하이브리드의 질주는 내년에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팰리세이드를 출시하는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가 2027년부터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기로 밝힌 가운데 북미 시장에서 GV70 하이브리드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르노도 그랑콜레오스 이후 새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 중이고, KGM도 상반기 토레스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는다.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각종 전기차 관련 보조금이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인기는 해외에서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북미 시장에서 판매를 늘린 가운데 일본 혼다와 닛산은 영국 선덜랜드 닛산 공장에서 혼다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하며 유럽 시장을 공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도 이미 내연기관 모델에서 개발비 등을 회수한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의 호조는 수익성에도 플러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