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내수와 수출을 떠받치던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영향권에 본격 접어들면서 실적 부진에 빠졌다. 작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량이 2023년 대비 0.6% 줄며, 3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기 침체 속 내수 판매가 6%대 급감했고, 수출은 전체적으로 보합세를 보인 가운데 현대차와 르노코리아 등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인근 부두에서 수출을 앞둔 자동차가 잇따라 운반선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국내 완성차 5사(현대차, 기아, GM 한국사업장,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는 작년 794만7170대를 국내외에 판매했다고 3일 밝혔다. 국내 판매는 135만6706대로 전년 대비 6.4% 줄었고, 해외 판매는 658만4378대로 같은 기간 0.7% 늘었다.

작년 완성차 5사의 국내 판매는 하반기 신차를 낸 르노코리아를 제외하고 일제히 줄었다. 고금리 속 경기 침체가 심화됐고, 충전 불편과 비싼 가격을 이유로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영향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판매량이 414만 1791대로, 2023년 대비 1.8% 감소했다. 해외 판매가 0.5% 줄었고, 국내 판매가 7.5% 급감했다. 작년 국내에서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1년 전보다 27.7%나 줄었다. 기아는 작년 국내외에서 308만 9457대를 팔아 최고 판매 실적을 올린 2023년(308만7384대) 기록을 소폭 웃돌았다. 해외 판매가 1% 늘었지만, 국내 판매량은 4.2% 줄었다. GM 한국사업장(-35.9%)과 KG모빌리티(-25.7%)도 내수 판매가 급감했다.

2023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수출도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해 GM 한국사업장은 해외에 2023년 대비 10.6% 증가한 47만 4735대를 판매했다. KG모빌리티도 같은 기간 18.2% 늘어난 6만 2378대를 수출했다. 반면, 수출 1위인 현대차(-0.5%), 그리고 르노코리아(-18.4%) 판매가 줄면서 전체 수출은 보합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