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올해 국내에 24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9일 밝혔다. 연간 국내 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국내를 중심으로 차세대 제품 개발과 핵심 신기술 선점, 연구개발(R&D) 등에 투자를 집중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예고한 투자 규모는 지난해 집행한 20조4000억원보다 3조9000억원(19%) 늘어나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3년간 총 68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지난해와 올해 통틀어 2년 동안에만 3분의 2에 달하는 44조7000억원을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까지 역대 최대 분기 실적 등 성과를 거뒀지만, 올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중국 BYD의 국내 진출 등 경영상의 변수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연구개발에만 11조5000억원을 투자해 제품 경쟁력 향상과 전동화,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가속화, 수소 제품과 원천 기술 개발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새 전기차 모델 개발과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 등에도 투자를 집중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 확대가 하이브리드 모델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주행거리 연장형 자동차(EREV) 등으로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전기차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차원이라고도 설명했다. 새 전기차 모델을 개발해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하고, SDV 분야에서는 2026년까지 차량용 고성능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Pace Car)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해 양산 차에 적용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 밖에 EV 전환과 신차 대응 생산시설 확충, 제조기술 혁신, 고객체험 거점 등 인프라를 보완하는 데도 경상투자 12조원을 투입한다. 올 하반기에는 기아 화성 전기차 공장을 완공해 맞춤형 PBV 전기차를 본격 생산한다. 또 자율주행, SW, AI 등 미래사업 분야에도 8000억원을 전략 투자한다.
사업군별로 보면, 전체 투자액 중 완성차 분야에만 전체의 67%인 16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나머지 8조원은 부품, 철강, 건설 등에 쓰일 예정이다. 부품 분야에서는 전동화 기술 개발과 전기차 모듈 신공장 구축, 철강 분야는 액화천연가스(LNG) 자가 발전소 건설 등을 진행한다. 건설 분야는 소형모듈원전(SMR)과 신재생 에너지 등 신사업 발굴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