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올해 약 24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내 투자를 한다고 9일 밝혔다. 이전까지 최대 국내 투자를 단행했던 2024년(20조4000억원)보다 3조9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소비 침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미국 시장의 위기 등에 이어 내수마저 꺾일 조짐이 보이자 국내 투자를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비야디(BYD) 등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공세가 예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연구·개발(R&D) 분야’에 전체 투자액의 47.3%에 달하는 1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미래 자동차 산업으로 각광받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전기차, 수소 기술 개발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7.7%나 줄었는데, 이번 투자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주행거리 연장형 자동차(EREV) 등에 힘을 실어 캐즘 위기 속 침체된 전기차 소비 심리를 진작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생산 시설과 제조 혁신에도 1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 기아 화성 이보 플랜트(전기차 공장)를 완공해 맞춤형 전기차를 본격 생산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초대형 SUV 전기차 모델을 양산하게 될 현대차 울산 EV 전용 공장 건설에도 속도를 낸다. 울산 공장에는 미국 테슬라처럼 차체를 통째로 제조하는 ‘하이퍼 캐스팅’ 공장도 신설한다. 이 밖에 자율 주행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분야에도 80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완성차 분야에 투입하는 16조3000억원을 뺀 나머지 8조원은 부품, 철강, 건설 등에 활용한다. 부품 분야는 전동화 기술 개발과 전기차 모듈 신공장 구축에, 철강 분야는 액화천연가스(LNG) 자가 발전소 건설 등에 투자를 이어간다. 소형 모듈 원전(SMR)과 신재생에너지 등 건설 분야에도 투자에 힘을 싣는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지속 확보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