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위와 3위 자동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혼다가 작년 말 합의와 달리 닛산을 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추진하자 닛산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합병 협의가 중단됐다. 앞서 혼다와 닛산은 지주사를 설립하고, 두 회사를 지주사의 자회사로 두는 합병안을 발표했다. 일단 협의는 중단됐지만, 두 회사가 다시 합병을 진행할지, 전기차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협업을 이어갈지 등에 대해선 추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5일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이며 2월 중순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23일 우치다 마코토(왼쪽) 닛산 사장과 미베 도시히로(오른쪽) 혼다 사장이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던 당시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작년 12월 23일 우치다 마코토(왼쪽) 닛산 사장과 미베 도시히로(오른쪽) 혼다 사장이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던 당시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혼다와 닛산은 최근 들어 중국 자동차의 부상과 전기차로 사업 구조 전환 부진 등 대내외 문제로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해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두 회사를 합병해 세계 3위권 자동차 회사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산은 이날 지난해 12월 혼다와 맺은 ‘경영 통합을 위한 기본 합의서(MOU)’를 철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두 회사가 함께 지주사의 자회사가 되기로 한 합의서와 달리 혼다가 닛산을 자회사로 만드는 방안을 타진하자, 사내 반발이 거세지면서 닛산이 합병 협의를 중단한 것이다. 혼다는 합병 과정에서 전체 종업원의 7%(약 9000명)를 줄이기로 한 닛산의 인력 감축 방안이 지연되자, 닛산 주식을 사들여 자회사로 만들고 직접 구조 조정에 나서려고 했지만, 닛산 측 반발에 합병 협의가 무산되고 말았다.

혼다와 닛산은 지난해 12월 23일 도쿄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 추진 계획을 밝혔다. 당시 두 회사는 올 6월을 기한으로 협상을 끝내고, 내년 8월까지 합병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앞서 두 회사는 올 1월 말까지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의 합병 여부 등을 담은 구체적인 경영 통합 방향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이를 2월 중순으로 늦추기도 했다.

이날 기준 혼다의 시가총액은 7조9200억엔(약 74조7000억원), 닛산은 1조4400억엔으로 닛산이 혼다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날 합병이 난항을 겪는다는 보도가 나오자 혼다는 재무 부담 우려가 줄어들며 주가가 8.19% 올랐다. 닛산은 4.87% 하락했다.